기업체들의 사옥에 마련된 카페테리아(셀프서비스 식당)는 대개 비슷한 모양을 하고 있다. 흰색 벽으로 이뤄진 네모난 공간, 쭉 늘어선 식탁 등의 형태다. 이렇다 보니 연상되는 이미지도 무미건조와 단순 · 지루함으로 굳어져 있다.

그런데 올해 서울 여의도 대신증권 본사 지하 1층에 마련된 '트러스트 큐브(Trust Cube)' 속 직원식당은 이런 인상을 과감하게 걷어냈다. 얼핏 보면 레스토랑이나 야외 카페 같다. 일부 공간에서는 세련된 도서관이나 서재의 느낌도 묻어난다. 기존 카페테리아와는 전혀 다른 친환경적 · 독창적 공간 구성이 사람들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실내 디자인은 국내 유명 건축가인 배대용 B&A 건축사사무소 대표가 맡았다. 지하층에 있는 식당의 위치를 감안해 공간 구성의 테마를 '자연(nature)'으로 잡았다고 한다. 지하층의 어두운 분위기를 상쾌하게 바꿔 이용객들의 즐거움을 배가시키기 위해서다. 배 대표는 자신이 결정한 추상적 테마에 맞춰 디자인 요소들을 매우 조화롭고 안정적으로 풀어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우선 식당 내부의 벽면 한쪽 전부에 과감하게 녹색식물을 깔아서 싱싱한 생기를 불어넣게 한 구성이 압권이다. 유럽권 인테리어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버티칼 가든(수직 정원)' 요소를 적절히 활용했다. 특히 생물 벽체구성에 있어서 인위적인 장식을 완전히 배제하고 철저히 흙과 정원용 식물만으로 꾸민 게 사람들을 즐겁게 한다. 벽면 안쪽에는 첨단 급수시설을 설치해 버티칼 가든의 싱그러움이 유지되도록 신경을 썼다. 배 대표는 "현대인에게 자연은 가장 최선의 탈(脫) 스트레스 치료법"이라고 말했다.

식물에 필요한 햇볕은 '선큰(Sunken)'을 통해 공급되도록 했다. 선큰은 지하 1,2층 등에 자연광을 끌어들이기 위해 마련한 일종의 지하마당이다. 식당을 이용하려면 엘리베이터 이외에 대신증권건물의 지상에서 계단을 타고 내려갈 수 있다. 선큰가든의 널직한 마당에는 싱그러운 대나무와 아기자기한 식탁을 배치해 어두운 지하식당의 분위기를 상큼하게 바꾼다.

실내와 외부의 경계가 모호하게 꾸며진 창문 구성도 멋지다. 선큰가든과 식당 사이의 경계를 대형 유리로 처리함으로써 안과 밖의 느낌을 공유하게 만들었다. 날씨 좋은 가을날이면 선큰가든도 더할 나위 없는 식당으로 변한다.

트러스트 큐브의 또 다른 매력은 자연과 요리,문화와 휴식이 어우러진 복합공간이라는 점이다. 음식냄새는 물론이고 요리사의 조리 과정과 움직임이 자연스럽게 보여질 수 있도록 배식창구는 완전한 개방구조로 꾸몄다. 아울러 후식을 위해 작은 간이카페도 마련됐다.

식당의 반대편으로 옮겨가면 이번에는 거실이나 서재 공간이 된다. 두 개 벽면을 가득 메운 짙은 원목 책장에 꽂힌 다양한 도서들,십여명이 넉넉히 앉아 책을 읽고 토론할 수 있도록 한 커다란 사각 원목책상이 눈길을 끈다. 실제로도 식당 내 이 공간은 세미나와 회의 장소로 활용되고 있다. 초 단위로 각종 금융상품과 주식을 긴박하게 사고파는 증권맨들의 지친'이성'에 쉼과 여유,문화와 요리로 대표되는'감성'을 접목한 셈이다.

건축주인 이어룡 대신증권 회장은 배 대표에게 공간을 최대한 활용하는 경제성과 함께 편안한 분위기를 강조했다고 한다. 트러스트 큐브(지하 1층 전체)는 식당 이외에 피트니스센터와 수유실 등 직원들의 휴식 공간으로 꾸며졌다.

문혜정 기자 selenmoon@hankyung.com


건축개요


건축주: 대신증권

인터리어 설계: 배대용 B&A 대표

디자인팀: B&A

위치: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도동 34의 8

지하 1층(면적 1000㎡)

완공: 2009년 2월

건축가 배대용은…

○경력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디자인학과 학사

-홍익대학교 건축도시대학원 석사

-한국실내건축가협회(KOSID) 감사

-한국건축가협회상 3회 수상

-KOSID 갈매기상 수상

-명가명인상 6회 수상

○주요 작품

-삼성출판사 & 아이모에나디아

-성북동 갤러리하우스

-양평 LARIA & LISSE

-I-PARK 펜트하우스

-가평 내추럴 하우스

-양지 전원주택 발트하우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