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성북구 장위동에 사는 송모씨(68 · 여)는 지난해 10월 자다가 심한 어지럼증을 느끼고 사지가 마비돼 즉각 대학병원을 찾아갔다. 혈전에 의해 뇌혈관이 막힌 뇌경색으로 진단받고 한 달 남짓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았지만 증상은 좀처럼 호전되지 않았다.

걸을 수가 없는 데다 언어장애로 의사소통이 어려웠고 배뇨장애까지 찾아왔다. 그러다 우연히 서울시 강남구 도곡동에 있는 강남베드로병원이 줄기세포 치료를 시도한다는 소식을 접하고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찾아갔다.

12월 초순부터 이듬해 1월과 2월까지 총 세 번의 치료를 받았다.

그 결과 작은 변화가 나타났다. 손발에 감각이 되돌아왔고 미세한 움직임이 가능해졌다. 간단한 대화와 악수를 할 수 있게 됐고 주위 사람이 부축해주면 일어설 수 있을 정도로 상태가 호전됐다.

척추질환 전문인 이 병원은 본래 인공디스크 삽입술을 잘 하는 곳으로 유명하다. 2001년부터 독자적으로 줄기세포를 이용한 치료법 연구를 시작해 난치병 치료에 도전하고 있다. 몸의 여러 조직에 흩어져 있고 탯줄에 고농도로 존재하는 성체줄기세포를 이용해 의학적으로 안전하며 생명윤리를 거스르지 않으면서 면역거부반응도 없는 치료를 시행 중이다.

그 방법은 특이하다. 대부분의 성체줄기세포 관련 연구소나 병원은 줄기세포를 채취한 뒤 이를 체외에서 증식해 사용하고 있으나 강남베드로병원은 줄기세포 성장인자를 환자에게 주사한 뒤 골반에서 골수를 뽑아 줄기세포가 들어 있는 단핵세포층만을 모아 환자의 손상받은 부위에 주입한다. 임상시험이 아니면 체외증식을 허용하지 않고 있는 현행 의료법에 저촉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이미 체내에 적응된 줄기세포를 활용하기 때문에 안전성과 유효성이 높다는 것이 이 병원 윤강준 원장의 설명이다.

이 치료는 한 달에 한 번씩,1회에 4박5일 입원하는 총 3회의 과정으로 이뤄진다. 1회 치료 비용은 검사비를 포함해 250만원.윤 원장은 "그동안 320여명을 대상으로 줄기세포 치료를 시행했더니 127명은 증상이 30~70%가량 호전되고,104명은 10~30% 좋아졌으며,나머지는 반응이 없었다"며 "뇌졸중,척수신경손상,치매,소뇌위축증 등의 환자가 발병 후 3년 이내에 치료하면 효과가 좋고 최장 10년 이내라면 일정선 이상의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병원은 중간배엽 줄기세포의 특이적 분화를 촉진하는 신물질을 발굴,이르면 오는 10월부터 제약회사와 제휴해 신약 개발을 위한 동물 대상 전(前)임상시험을 진행할 예정이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