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 정서에 해로운 영향 가능성"

학교 인근에 납골당을 짓지 못하게 하는 것이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왔다.

헌법재판소는 학교 주변에 납골시설을 설치하지 못하게 하는 학교보건법 조항에 대해 서울행정법원이 위헌제청한 사건에서 합헌 결정을 내렸다고 31일 밝혔다.

재판부는 "우리 사회는 전통적으로 사망자 시신이나 무덤을 경원하고 기피하는 풍토와 정서를 가지고 살아왔고 입법자는 학교 부근의 납골시설이 현실적으로 학생들의 정서교육에 해로운 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해 규제하기로 결정한 것"이라며 "납골시설 기피 풍토와 정서가 과학적 합리성이 없다해도 규제 필요성과 공익성을 부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이어 "학교 부근 200m 이내의 정화구역 내에서만 설치가 금지되는 것이어서 그로 인해 기본권이 침해되는 정도는 크지 않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대학 인근에는 설치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주장에 대해서도 "납골시설을 기피하는 정서는 사회의 일반적 풍토와 문화에서 비롯된 것이라 대학생이 되면 완전히 벗어나게 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보고 합헌 결정했다.

이공현ㆍ김종대ㆍ송두환 재판관은 "납골시설이 반드시 학생들의 정신적 교육환경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 유해시설이라 단정하기 어렵고 오히려 삶과 죽음, 그리고 사후세계와 삶의 다양성에 대해 사색할 수 있는 유익할 교육적 시설이 될 가능성이 있다"며 반대 의견을 냈다.

이 재판관 등은 "납골시설을 지나치게 크게 설치하거나 위생 및 환경상 고려를 하지 않고 방만하게 관리하면 학생들의 육체적ㆍ정신적 보건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부정할 수 없지만 이런 문제점은 입법자가 구체적으로 기준을 마련해 차단할 수 있는 것"이라고 봤다.

목영준 재판관은 일부 반대의견을 내고 "대학생은 신체적ㆍ정신적으로 성숙해 자신의 판단에 따라 행동하고 책임을 질 수 있어서 종교기관이 운영하는 납골시설로 인해 부정적 영향을 받거나 학습에 지장을 받을 가능성은 희박하다"며 "학교의 범위에 대학 등을 포함시키는 것은 최소한의 제한이라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재단법인 천주교 서울대교구 유지재단은 2005년 태릉성당 지하에 납골당을 설치하겠다고 구청에 신고했지만 중학교와 이웃하고 있고 주변에 초등학교 및 유치원이 있어 반려당하자 소송을 냈고, 이 과정에서 주민들은 납골당 설치에 반대해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지 않기도 했다.

(서울연합뉴스) 백나리 기자 nari@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