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누비호' 강진 마량항서 강화 교동까지 서해 뱃길 재현

고려시대 청자를 가득 싣고 개경까지 항해했던 선조의 발자취를 1천년만에 후손들이 다시 밟는다.

전남 강진군은 국립해양문화재연구소와 함께 다음 달 3일 정오께 마량항에서 최근 복원된 청자보물선 '온누비호'가 서해 뱃길 재현에 나선다고 30일 밝혔다.

애초 개성까지 항해할 계획이었으나 남북관계 악화로 북방 한계선(NNL)인 강화도 교동까지 왕복 1천여km를 운항한다.

이 사업은 고려 중기 9세기부터 강진 고려청자가 서해 뱃길을 따라 개성까지 운반됐던 그 길을 그대로 천년의 세월을 뛰어넘어 재현한 프로젝트다.

당시 청자를 실었던 배는 국립해양유물관에서 지난 10일 '온누비호'(길이 19m, 너비 5.8m, 높이 2.2m)로 새롭게 태어났다.

3억원이 투입됐으며 2개의 대형 돛과 호롱, 치(방향타) 등을 갖췄고 동력 추진이 가능하도록 2개 엔진(450마력)이 장착됐다.

2007년 충남 태안 대섬 앞바다에서 인양된 고려청자 운반선을 모델로 고선박 전문가의 의견과 문헌, 그리고 수중 발굴한 고려시대 고선박 등을 참고해 옛 청자 운반선의 구조와 형태에 최대한 가깝게 만들었다.

온누비호에는 선장과 기관장, 돛잡이, 키잡이, 방송국 역사추적팀 등 10여명이 탑승하는데 지난 5월에는 군 어업지도선을 이용해 사전 답사 항해를 마쳤다.

온누비호는 다음 달 3일 강진을 떠나 신안 압해도, 부안 격포, 십이동파도와 고려청자가 무더기로 발견된 태안 안면도, 안산 여흥도를 거쳐 5일 강화 교동에 도착한다.

항해 도중 무사 항해를 기원하는 '수성당제사'와 1천년 전 충남 태안 앞바다에서 침몰한 청자운반선 선원들에 대한 진혼제도 지낼 예정이다.

강진군 대구면 일대는 9세기부터 14세기까지 500여년간 고려청자가 생산됐던 곳으로 현존 문화재급 청자의 85%가 이곳에서 제작됐다.

특히 지난해 충남 태안 앞바다에서 발굴된 수만여 점의 청자는 강진에서 생산돼 개성으로 가던 중 침몰한 것으로 확인됐다.

황주홍 강진군수는 "역사적인 뱃길 재현 행사를 통해 강진청자에 대한 역사, 문화적 재인식과 이미지 제고 등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강진연합뉴스) 송형일 기자 nicepe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