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건물 4채.비닐하우스 수십동 파손

한라산 남부지역에 최근 10년 사이 북미 대륙의 `토네이도'를 연상케 하는 강력한 돌풍에 의한 시설물 피해가 잇따라 주민들을 불안케 하고 있다.

28일 오후 8시 30분부터 20여분 사이 서귀포시 남원읍과 표선면 일대에는 60-90㎜의 폭우와 함께 순간 최대풍속 19.6∼21.9m/sec의 돌풍이 불어 건물 4채의 지붕과 유리창 등이 파손되고, 30여 농가의 비닐하우스 수십 동이 무너지는 피해가 났다.

제주도재해상황실은 현재 현장을 중심으로 피해상황을 파악하고 있어 피해 규모는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남원읍 태흥2리 주민 고용규(32) 씨는 "읍사무소 방향에서 회오리바람이 불어 오면서 그 주변이 폭탄을 맞은 것처럼 쑥대밭이 됐으며, 돌풍이 지나간 경로를 따라 하우스가 힘없이 쓰러졌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29일 오전 피해 복구에 나선 오금자 남원읍장과 송재근 표선면장은 "강한 돌풍이 남원읍 남원1리와 태흥1,2리를 거쳐 표선면 토산1리, 가시리를 지나가며 피해를 준 것으로 보인다"며 "2000년 8월 남원읍에 몰아쳤던 돌풍과 비교해 파괴력은 낮았지만 그 피해 범위는 컸다"고 설명했다.

현장의 기자들은 "2000년 돌풍 때는 남원읍 대원하동마을 안길 150여m 구간에 있는 건물 180여채와 차량 15대가 집중 파괴됐지만 이번 돌풍은 연달아 있는 3채의 비닐하우스 중 하나만 파손되는 등 마치 공이 튀는 것처럼 이어지며 피해 지역을 넓혔다"고 괴돌풍의 특징을 설명했다.

멀리 태평양을 마주하고 있는 서귀포지역에서는 2000년 8월 31일의 남원읍 돌풍 피해에 이어 2002년 3-4월에 남원읍과 토평동에 돌풍이 불어 전봇대가 부러지고 감귤하우스가 파손되기도 했다.

또 같은 해 8월 초순에는 대정읍 하모리 운진항 부근에서 23㎡ 크기의 철제 컨테이너가 바람에 날려 주택 2채를 덮쳤는가 하면 같은 시각 도순동에서는 쇠파이프로 견고하게 지은 3채의 비닐하우스 중간 지주 60여개가 50㎝ 이상 뽑히는 등 돌풍 피해가 이어졌다.

하지만 이 같은 돌풍 피해가 발생한 당일 기상대가 관측한 순간최대 풍속은 16.4∼23.1m/sec에 불과해 이 '도깨비 바람'의 측정되지 않은 위력이 어느 정도이며, 어떻게 발생하는지에 대한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제주지방기상청 김대준 동네예보관은 "저기압이 통과하면서 부분적으로 강한 상승기류가 발생해 회오리바람인 돌풍이 나타나고 있다"며 "한라산 남부지역에 집중되는 것은 이 저기압이 남풍계열이고, 지형적인 영향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토네이도와 돌풍은 모두 저기압에서 강한 상승기류에 의해 발생하는 것으로 그 규모나 위력에 차이가 있지만 성격은 같다"고 설명했다.

(제주연합뉴스) 김승범 기자 ksb@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