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시위나 집회를 막기 위한 공무집행이라 해도 적법한 절차를 따르지 않았다면 이에 대항한 시위대의 폭행이나 협박을 공무집행방해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5단독 장용범 판사는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 설치된 집회용 천막을 철거하려는 시청 공무원과 몸싸움을 벌이다 특수공무집행방해 혐의로 기소된 김모(40)씨 등 8명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고 29일 밝혔다.

재판부는 "공무집행방해죄는 공무원의 직무집행이 적법하게 이뤄진 때에만 성립하고 그렇지 않은 직무행위를 하는 공무원에 대항해 폭행이나 협박을 가했다고 해서 공무집행방해죄가 성립되는 것은 아니다"며 "이 사건 공무원들의 철거 대집행은 관련법에서 정한 계고와 영장에 의한 통지 절차를 거치지 않아 이에 저항한 피고인들의 행위는 공무집행방해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도로를 불법 점유해 절차를 생략한 신속한 집행이 필요했다는 검찰의 주장에 대해 "서울광장은 비록 서류상 지목이 도로로 돼 있지만 일반 도로와 구분돼 차량 출입이 통제되고 시민의 휴식, 집회 또는 행사를 위한 공간으로 쓰이기 때문에 도로법에 의한 도로로 볼 수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김씨 등은 작년 6월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촛불집회에 참여하던 중 서울광장에 집회 참여 단체별로 서울광장에 설치한 30개의 천막을 강제철거하려는 서울시청과 중구청 소속 공무원 100여명에 맞서 몸싸움을 벌이는 등 철거를 방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서울시청은 강제철거 전 자진철거를 요구하는 요청서를 발송하는 등 사전 고지를 했지만, 재판부에선 정해진 계고 및 영장에 의한 통지 절차를 따르지 않아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서울연합뉴스) 이웅 기자 abullapi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