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임 공정거래위원장으로 내정된 정호열 성균관대 법대 교수(55 · 사진)의 목소리는 차분했다. 서동원 공정위 부위원장,강명헌 한국은행 금통위원 등 위원장 하마평에 올랐던 쟁쟁한 후보들을 제치고 난 파격 인사였지만 흥분된 기색이 없었다. 그는 28일 전화인터뷰를 통해 "20일 전에 인사 검증에 들어갔다는 소식을 들었고 오늘 아침에서야 결과를 통보받았다"고 운을 뗐다.

정 내정자는 공정경쟁과 상사 분쟁 분야의 대표적 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정부의 각종 위원회 활동을 통해 현장감도 익혔다는 평가를 듣고 있다. 작년 4월1일 '공정거래의 날' 행사에서 홍조근정훈장도 받았다. 공정거래법 관련해서 20여년간 연구하고 공정위 경쟁정책자문위원으로 활동하며 공정거래법 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경쟁법학회장도 맡고 있다.

그는 우선 공정위의 시장 친화적인 방향에 제동을 걸 생각은 없다고 밝혔다. 불공정 행위를 감시하면서 서민들을 보호하는 기조도 유지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정 내정자는 "공정위의 경제검찰로서의 역할과 공정 경쟁시장을 유지하는 소임 두 가지를 원칙으로 삼아 위원장직에 임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얼마 전 언론 인터뷰에서 "공정거래법은 '재벌규제법'이 아니라 시장경제를 성숙하게 만들어주는 법"이라고 말했다. 공정거래법이 발전해야 자본주의 체제도 성숙한다는 철학을 내비친 것이다.

그는 다만 현재 공정위가 변화하는 시장 흐름에 좀 더 앞서가는 '동적인 조직'으로 만들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한국 공정위는 일본,독일,미국 등에서 롤모델로 삼을 만큼 선진적인 조직으로 해외에 정평이 나 있다"며 "경쟁법 집행에 있어 대기업과 중소기업,생산자와 소비자를 모두 아우른 입체적인 시각을 여기에 보태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행정적인 경험이 부족하다는 평가에 대해서는 "우선 공정위 내부 업무를 보고받고 충분히 얘기를 들으면서 보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정 내정자는 인사 배경에 대해서는 "이명박 대통령과는 이전에 어떤 정치적인 인연도 없다"며 "단지 청와대 검증 시스템을 거쳤다는 것 외에는 아는 바가 없다"고 밝혔다.

△1954년 경북 영천생△부인 이정원씨(52)와 1남1녀 △경복고 · 서울대 법대 · 서울대 상사법 박사 △공정거래위원회 경쟁정책자문위원회 위원장 △한국보험학회 부회장 △한국경쟁법학회장 △성균관대 법대 교수

박신영 기자 nyus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