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 낙마한 천성관 전 서울지검장을 대신해 차기 검찰총장에 내정된 김준규 전 대전고검장은 스스로 검찰을 떠난 지 한 달도 채 못 돼 다시 친정의 수장으로 복귀했다.

김 내정자는 자신의 사시 1년 후배인 천 전 지검장이 기수를 파괴한 파격 인사를 통해 차기 총장으로 발탁되자 조직에 부담을 주지 않겠다며 지난달 22일 검찰 수뇌부 가운데 가장 먼저 용퇴의 뜻을 밝혔다.

사법연수원 후배나 동기가 총장에 오르면 원활한 지휘권을 행사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주고자 검찰 고위 간부들이 스스로 물러나는 관행에 따른 것이었다.

김 내정자는 25년의 검사직을 마무리하는 자리로 여겼던 대전고검장 퇴임식에서 "스스로 바로 서면 외부에서 아무리 뭐라 해도 상관없다.

자신이 단단하지 못하고 흔들리니 외부에서 흔든다고 말하는 것이다"라며 위기에 처한 후배들을 격려하기도 했다.

퇴임식 자리에서 그는 `정직한 패배에 부끄러워하지 않고 당당하며 승리에 겸손하고 온유하라'는 맥아더 장군의 기도문을 인용하며 "종착역에서 당당히 내리고 싶다"는 마지막 말을 남기고 미련 없이 야인의 길로 들어섰다.

검찰 내부에서는 조용하고 성실하면서도 윗사람에게 직언을 아끼지 않는 곧은 자세와 추진력을 갖췄다는 평을 받는 김 내정자야말로 사면초가의 위기에 처한 검찰 조직을 구할 적임자라는 의견이 많다.

조직과 후배를 위해 명예롭게 검찰을 떠나는 모습을 보여준 김 내정자가 구원투수로 나서 어려움에 부닥친 친정 조직을 안정시키고 검찰의 실추된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서울연합뉴스) 차대운 기자 setuzi@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