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닷컴]상급기관의 사퇴 압력이 있었다 하더라도 자진 사직하는 형식을 취했다면 이를 되돌릴 수 없다는 법원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는 심일선 전 한국산재의료원 이사장이 “노동부의 지속적인 강요를 견디지 못하고 사직서를 제출했다”며 한국산재의료원을 상대로 낸 이사장 지위확인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을 내렸다고 28일 밝혔다.현 정부 출범 이후 재신임을 받지 못하고 물러난 공공기관장 중 복직 소송을 제기했던 사람은 심 전 이사장이 처음이다.

재판부는 “그만 둘 뜻이 없었다 해도 그 의사가 객관적으로 표시된 이상 효력을 갖기 때문에 진의가 아닌 의사표시에 관한 민법 규정은 성질상 공법행위에는 적용되지 않는다”고 밝혔다.재판부는 “따라서 사직 의사를 취소하려면 (사직서에 근거한) 의원면직 처분이 내려지기 전에 했어야 했다”고 덧붙였다.민법 제107조 제1항은 ‘의사표시가 진의가 아니란 걸 상대방이 알았다면 무효’라고 규정하고 있다.

재판부는 정부와 여당 차원에서 ‘전 정부에서 임명된 공기업 임원은 자진사퇴해야 한다’며 공공기관장에 대한 사퇴 압력을 가했고, 실제로 노동부차관 등이 전화로심 전 이사장의 사퇴를 수차례 종용하고 동시에 산재의료원에 대한 노동부 차원의 특별감사가 실시된 사실 자체는 인정했다.하지만 사직서 제출이 전적으로 상급기관의 강요에 의한 것이라는 심 전 이사장의 주장은 증거가 없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서보미 기자 bm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