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부산 강서구와 경남 진해시에 걸쳐 조성된 신항터미널 입구. 올 들어 신항 1-2단계 3선석을 비롯해 13선석을 개장했으나 오가는 컨테이너차량이 드문드문 보일 뿐 한산한 모습이다. 올 상반기 동안 95만3000TEU(1TEU는 20피트 컨테이너 1개)를 실어 날랐지만 목표량 260만TEU에는 아직 못 미치고 있다. 특히 대부분 물량들은 기존 항만인 북항에서 가져온 것으로 신규화물은 찾아보기 힘들다.

터미널 관계자는 "부두가 정상화되려면 1년 이상 걸리지만 당초 예상보다 물동량이 늘지 않고 있고,북항화물이 대부분이어서 물량유치 경쟁이 치열한 상태"라고 답답해했다. 기존 부산항의 항만인 북항도 물량이 늘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신선대부두 관계자는 "재래부두 재개발로 폐쇄되는 부두의 처리물량이 넘어왔지만 중국물량이 늘지 않고 있는 만큼 당분간 이 같은 하락 추세는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동북아 중심항만인 부산항이 위기를 맞고 있다. 2002년까지만 해도 세계 3위를 차지하던 부산항의 컨테이너 처리실적은 2003년부터 세계 5위로 추락했으며, 최근에는 중국과 중동 등 경쟁 항만의 맹추격으로 세계 5위의 자리마저 위협받고 있다.

부산항만공사에 따르면 올 상반기 부산항이 처리한 컨테이너는 561만6000TEU.지난해 같은 기간(683만1000TEU)보다 17.8%나 줄면서 세계 5위를 가까스로 유지했다. 이 기간 수출과 수입 물동량은 155만1000TEU와 152만3000TEU에 그쳐 지난해 같은 기간의 191만9000TEU,198만TEU보다 19.2%와 23.1%씩 감소했다.

부산항이 이처럼 고전하는 동안 UAE 두바이항과 중국 광저우항 칭다오항은 턱밑까지 쫓아왔다. 세계 6위의 두바이항은 올 상반기 539만3000TEU(추정치)를 기록,부산항과 처리물량 차이가 22만3000TEU에 불과했다. 두바이항은 올 상반기 실적이 전년 대비 9.4% 하락하는 데 그쳤다. 광저우항과 칭다오항도 50여만TEU 차이로 부산항을 쫓아왔다. 광저우항은 올 상반기 509만8000TEU를,칭다오항은 509만TEU를 처리해 부산항과의 격차는 각각 51만8000TEU,52만6000TEU로 좁혀졌다. 광저우항 역시 전년 대비 올 상반기 실적이 -14.5%로 부산항보다 양호하며 칭다오항은 2% 상승했다.

부산항의 이 같은 위상 추락은 사실 충분히 예견됐다는 평가다. 무엇보다 정부의 항만정책이 부산과 광양 중심의 투포트(양항)체제에서 전국의 항만을 동시에 개발하는 멀티포트(다항)체제로 옮아가면서 부산항의 기능이 약화될 수밖에 없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부산발전연구원 이지훈 연구위원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부산 인근인 울산과 포항에 이어 새만금,군산 등 바다가 있는 곳이면 모두 컨테이너항만을 건설해 부산항이 환태평양 중심항으로서의 역할을 상실하고 있다"며 "현재 추세가 지속되면 부산항이 경쟁항만에 추월되고,모항의 기능을 상실해 중국항만의 피더항으로 전락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특히 "정부는 부산항 물동량 추락으로 신항개발을 연기하거나 항만예산을 삭감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부산=김태현 기자 hy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