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절도범을 처벌할 때에는 나무를 옮긴 시점이 아닌 캐낸 시점에 절도가 이뤄진 것으로 봐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양승태 대법관)는 낮에 야산의 적송을 캐낸 뒤 어두워지기를 기다렸다가 오후 8시30분께 화물차를 가져와 실어 간 혐의로 기소된 정모씨 등 2명에게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위반죄를 적용해 유죄를 인정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대구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27일 밝혔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은 오전 10시30분부터 삽과 톱 등을 이용해 적송을 캐내기 시작했는데 적송을 캐낸 시점에 이미 절취 행위가 완성된 것"이라며 "피고인들이 적송을 화물차에 실음으로써 비로소 절취행위가 완성됐음을 전제로 야간에 적송을 절취했다고 본 원심은 위법하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원심은 피고인들이 적송을 캐낸 시점과 그날 해당 지역의 일몰 시각을 심리해 피고인들이 과연 야간에 절취 행위를 했는지 판단했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산에서 야간에 나무 등을 훔친 경우 산림자원의 조성 및 관리에 관한 법률과 별도로 특정범죄가중처벌법의 적용을 받아 더욱 무겁게 처벌된다.

하지만 대법원은 나무를 옮긴 시점이 아닌 캐낸 시점에 절도가 완성됐기 때문에 정씨 등에게는 특가법을 적용할 수 없다고 판시한 만큼 이들은 파기환송심에서 형량이 줄어들 수도 있다.

정 씨 등은 지난해 5월 경북 영천의 한 야산에서 시가 360만원 상당의 100년된 적송을 캐내 화물차에 싣고 달아난 혐의로 기소돼 1심과 항소심에서 징역 2년6개월씩을 선고받았다.

(서울연합뉴스) 백나리 기자 nari@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