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헌법 배치' 판결…학원비 `줄인상' 우려도

서울행정법원이 26일 사교육 경감 대책의 핵심 정책수단 중 하나인 현행 수강료 상한제 운영방식이 헌법에 배치된다는 취지의 판결을 한 것은 "정부가 사교육 시장에 비현실적 규제를 가하는 것은 헌법의 기본원리에 맞지 않는다"는 판단에서 나온 것으로 풀이된다.

즉 `교육감은 수강료가 과다하다고 인정되면 수강료 조정을 명할 수 있다'고 한 학원법 15조는 매우 예외적인 경우에만 활용돼야 하며 현재와 같이 상시적인 규제로 작동해서는 안 된다는 게 재판부의 판단이다.

재판부는 학원 운영자 또한 헌법이 보장하는 사유재산권과 영업 활동의 자유를 마땅히 보장받아야 한다는 점을 판단의 근거로 삼았다.

따라서 사교육 때문에 사회의 경제적 부담이 크다는 사정만으로는 헌법의 기본 원리를 어겨가면서까지 획일적으로 수강료를 통제하고 이를 어겼다고 영업정지 처분을 내리는 등 자유를 침해할 수 없다는 게 재판부의 결론이다.

재판부는 비록 학원비를 규제할 수 있는 학원법 조항 자체가 위헌은 아니라고 봤지만 용인할 수 없는 폭리라고 단정되는 예외적인 경우에만 적용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법원 안팎에서는 이 판결이 확정되면 학원법의 조정명령 조항은 사실상 효력을 잃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현행 법에서 학원들은 개설한 모든 강좌의 수강료를 관할 교육청에 의무적으로 신고해야 하고, 교육청은 수강료가 내부적으로 정한 가이드라인을 넘을 경우 수강료 조정위원회를 통해 조정명령을 내리고 있다.

이 법에 따라 전국 대부분의 교육청은 지난 수년간 학원이 수강료를 올리고자 신고하면 조정명령을 통해 물가인상률 수준에서 수강료 인상을 억제해왔다.

수년째 학원 수강료 인상이 억제되면서 학원 임대료가 지방은 물론 서울의 다른 지역에 비해 압도적으로 비싼 강남지역의 일부 학원들은 신고한 수강료보다 많은 돈을 불법으로 받아온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이번 판결 취지대로라면 학원들이 대폭 수강료를 올리더라도 교육당국이 개입할 근거를 찾기 어렵게 된다.

이 때문에 학원비 상한제가 무력화돼 학원들이 부담없이 수강료를 현실화해 신고할 수 있게 되면 서울 강남권을 중심으로 앞다퉈 학원비 인상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강남의 학 학원 관계자는 "신고한 것보다 수강료를 많이 받아도 언제든 단속될 수 있다는 심리적 위축 효과가 컸고 실제 경쟁 관계에 있는 학원들이 서로를 고발하는 경우도 비일비재했다"며 "상한제가 없어지면 강남 학원들은 학원비 인상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차대운 기자 setuz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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