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식변화.藥效개선으로 '쌍끌이 효과'
숨어있는 잠재환자 치료망內 편입이 과제


최근 5년간 우울증 환자들의 항우울제 소비가 크게 증가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2004년 4천480만회였던 전체 우울증 진료환자의 항우울제 투여횟수는 2005년 5천198만, 2006년 5천778만, 2007년 6천558만, 2008년 6천821만회로 해가 바뀔수록 꾸준한 늘어나고 있는 추세다.

전년대비 증가율이 4%대에 머물렀던 2008년을 제외하고는 2004년부터 매년 11-16%의 높은 증가율을 기록한 것이다.

일반적으로 치료약의 투여횟수가 증가하면 약 소비량도 함께 늘어나는 점을 감안할 때 이 기간 항우울제 소비량은 대폭 증가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 환자 늘고 藥부작용 최소화


전문가들은 항우울제 소비량이 비약적으로 늘어난 것은 병원을 찾는 우울증 환자 자체가 늘어난 탓도 크지만 항우울제 부작용이 많이 줄어든 것이 주된 이유라고 보고 있다.

과거 항우울제는 부작용이 많은 대표 약제로 불렸지만 최근에는 약제의 치료효과는 향상된 반면 부작용은 크게 줄어 의사나 환자 모두에게 부담을 덜어줬다는 것이다.

일부 약제에서 식욕증가, 성기능장애, 메스꺼움 등의 부작용이 여전히 남아있지만 최근 치료약은 과거에 비해 성능이 크게 개선되면서 약물 치료가 보다 적극적으로 사용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또 개선된 약제를 이용한 약물 치료가 단시간 내에 빠른 효과를 내다보니 많은 시간과 노력이 드는 상담치료보다는 집중적인 약물 치료를 원하는 사람이 늘면서 항우울제 소비량도 함께 증가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한양대 구리병원 정신과 박용천 교수는 "요새 항우울제의 부작용이 줄고 효과는 크게 좋아졌다.

전에는 부작용 우려 때문에 약을 못 썼던 환자들에게도 마음놓고 쓸 수 있다"면서 "다만 의료수가와 치료 효과 문제 등으로 일부에서는 상담치료보다는 약물치료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 인식개선도 한몫.."'쉬쉬'할 병 아니다"


무엇보다 항우울제 소비량이 늘어난 데에는 우울증 치료에 대한 사회적 인식 변화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

우울증이 특정인만 걸리는 '이상 정신질환'이 아닌, 누구나 생활 속에서 한번은 겪을 수 있는 보편적 정신질환으로 여겨지면서 병원을 찾아 꾸준히 치료를 받는 사람이 늘고 있다는 것.
과거와 달리 우울증 치료약을 병원이 아닌 약국에서 처방받는 원외처방 비율이 매년 늘고 있다는 점도 우울증 치료에 대한 달라진 시각을 반영하고 있다.

서울대병원 신경정신과 권준수 교수는 "과거에는 약국에서 우울증약을 살 때 '정신과 다니세요'라는 질문을 받고 환자들이 당황스러웠던 게 사실"이라며 "이제는 병원을 찾아오거나 약을 살 때 이런 부담이 많이 사라진 거 같다"고 전했다.

병원을 찾는 우울증 환자는 늘고 있지만 여전히 치료망 밖에 머물러 있는 잠재적 환자들이 많은 탓에 이들을 치료망 안으로 편입할 수 있는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지난해 서울대 의대 연구팀의 국내 연구결과를 보면 평생 한번이라도 우울증에 걸릴 수 있는 인구의 비율인 '평생 유병률(有病率)'은 5.6%로 실제 우울증 환자는 보건당국이 파악하고 있는 진료 환자수를 크게 웃돌 것으로 추정된다.

건국대 정신과 하지현 교수는 "우울증이 늘어나는 것 같지만 실제 우울증 환자수에 비해서는 매우 적은 수준"이라며 "우울증에 대한 편견과 두려움을 없애는 게 급선무다.

더 많은 사람들이 치료망에 들어오도록 도와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서울연합뉴스) 양정우 기자 eddi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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