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은 직업인가. 10여년 전만 해도 이런 물음에 "그렇다"고 답할 사람은 몇 되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번역이 직업인 전문번역가들의 시대다. 이름이 알려진 일부 '스타' 번역가의 경우 연봉이 억대를 능가한다. 밤이든 낮이든 원하는 시간과 장소에서 일할 수 있는 것도 번역가의 장점이다.

하지만 이 같은 자유와 성공은 열심히 일한 사람에게만 주어지는 대가다. 출판계에서는 아직도 번역의 대가를 200자 원고지 1장당 얼마씩 계산해주는 매절 방식이 보편적인데 번역료가 생각보다 많지 않다.

번역료는 번역의 완성도와 번역가의 지명도에 따라 원고지 1장당 2500원부터 4000원 이상까지 진폭이 크다. 언어권에 따른 차이도 있어서 번역자가 흔한 일어의 경우 2500~3000원,영어는 3500원 선이 보통이다. 원고지 1000장 분량의 책을 한 권 번역하면 1장당 3500원일 경우 350만원을 번다. 한 달에 한 권 번역하는 번역가의 경우 월수입이 350만원인 셈이다.

따라서 번역을 직업으로 삼기는 쉽지 않다. 적은 원고료를 감내하며 책과 씨름할 수 있는 끈기,새로운 지식에 대한 호기심이 필요하다. 이런 과정을 거쳐 출판계에 어느 정도 이름이 알려지면 원고료도 오르고 수입도 늘어난다. 한국번역가협회 홈페이지(www.kstinc.or.kr)에는 국내 번역가 수가 1560명으로 나와 있지만 출판계에선 6000~7000명으로 추산한다. 2008년 국내에서 발행된 도서 4만3099종 가운데 번역도서는 1만3391종으로 30%를 넘을 만큼 번역가에 대한 수요도 많다. 하지만 억대 연봉을 구가하는 스타 번역가는 손에 꼽을 정도다.

1세대 전문 번역가로 꼽히는 이윤기,안정효씨에 이어 《로마인 이야기》의 시오노 나나미 전담 번역자인 김석희씨를 비롯해 정영목,이종인,이희재,공경희,윤희기,안인희,유혜자,이세욱,김훈,김남주,한기찬,강주헌씨 등이 정상급 번역가로 손꼽힌다.

번역가가 되는 길은 출판사로 직접 연락하거나 전문번역가의 문하생으로 입문하는 방법,이화여대나 한국외국어대 통역 · 번역전문대학원,한국번역가협회의 번역아카데미,번역전문 사설 교육기관 등에서 실무교육을 받고 진출하는 경우 등 다양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