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을 수 있는 말은 아름답지 않고,아름다운 말은 믿을 수 없다(信言不美,美言不信)." 이 말 역시 '노자(老子)'의 다른 대목과 마찬가지로 대단히 역설적이다. 세속의 모든 일반적 가치와 개념에 대하여 시종 부정적인 노자는 말에 대해서도 그러하다. 같은 말이라도 아름답게 하는 것이 미덕일 터인데 오히려 아름다운 말을 경계하고 있다. 세상의 많은 말들이 아름답게 꾸며진 나머지 진실을 제대로 알 수 없음을 지적한 것이다. 따라서 이 말은 "진실한 말은 아름답게 꾸며내지 않고,아름답게 꾸며낸 말은 진실하지 않다"는 뜻으로 이해해야 할 것이다. 그 대구에 "선한 사람은 말재간이 좋지 않고,말재간이 좋은 사람은 선하지 않다 (善者不辯,辯者不善)"고 한 것을 보면 그 의미가 보다 확실해진다. 또 "뛰어난 달변은 오히려 어눌한 듯하다(大辯若訥)"거나 "지혜로운 자는 말하지 않고,말하는 자는 지혜롭지 않다"는 말도 같은 맥락이다. 말로 표현할 수 있는 것에는 한계가 있고,말로 인한 실수와 문제들이 너무나 많은 세상이다. 그래서 "도는 말로 표현할 수 있으면 항구불변의 도가 아니다(道可道,非常道)"라고 한 것 아닌가. 이러한 노자의 말들은 비록 간략하지만 오늘날까지도 우리에게 일깨워 주는 바가 적지 않다.

우리 사회는 그 어느 때보다 말로 인해 많은 문제가 생겨나고 있다. 지난 몇 년간 대통령의 끊임없는 거친 말들이 우리를 슬프게 하더니,최근에는 전직 대통령의 대중 선동성 발언이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다. 과거의 많은 말들이 거짓으로 드러났는데도 도리어 큰소리 치는 모습에 국민은 난감할 뿐이다. 현직 대통령은 '근원적 처방'이니 '중도'니 하는 말로 한동안 국민을 이념적으로 혼란스럽게 하였다. 또 "대운하 사업은 임기 중 시행하지 않고,그 대신 4대강 살리기에 적극 매진하겠다"는 애매모호한 선언에 뜻있는 이들은 여전히 우려의 눈초리로 주시하고 있다. 거기에 "기초 질서와 법치가 지켜지는 사회를 우선적으로 만들겠다"던 대선 공약을 기억하는 국민들은 폭력,난동,막말,직무유기로 제 기능을 상실한 국회와 여전히 거침없이 자행되는 과격 폭력시위들을 보면서 탄식을 그치지 못한다. TV 등 방송에서는 연일 무차별적으로 천박한 말,험담,욕설이 쏟아져 시청자를 분노케 하고 심지어 악의적으로 왜곡,조작된 거짓말이 대중을 선동,우리 사회에 일대 혼란을 야기하기도 한다. 뿐만 아니라 인터넷에서는 온갖 막말과 욕설을 넘어 극악한 유언비어와 명예훼손이 난무해 수많은 사람들을 괴롭히고 있다.

우리는 답답한 현실에 직면하면 흔히 고전을 찾게 된다. 선인들의 절실한 경험과 깊은 사고가 담겨 있는 고전 속에서 당면 문제의 지혜를 얻고 대안을 모색해 보기 위해서다.

유가(儒家)의 고전에는 말에 관한 대목이 대단히 많이 보인다. "말을 할 때에는 잘 가다듬어서 그 진실함이 드러나도록 해야 하고(修辭立其誠)"('역경 · 易經'), 실행할 수 없는 말은 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그 기본 입장이다. '논어(論語)'에서 공자(孔子)는 말에 신중할 것을 귀가 따갑도록 강조한다. "먼저 행동으로 옮긴 다음에 말이 이를 뒤따라야(先行其言而後從之)"하고, "군자는 말에서는 차라리 서툴고자 한다(君子欲訥於言)"고 가르친다. 그래서 "옛날에 선현들이 말을 함부로 하지 않았던 것은 자신의 실천이 이에 미치지 못할 것을 부끄러워했기 때문이다(古者言之不出,恥躬之不逮也)"라고 주장한다. 또 "말재간이 뛰어난 사람은 위태로우니 멀리하라"고 권고한다. 심지어 제자 중 평소 언변이 좋은 재여(宰予)가 낮잠 자는 것을 보고 그 언행이 일치되지 않는다고 하여 "그래서 저 말 잘하는 사람들을 미워하는 것이다"고 질타하였다.

'순자(荀子)'는 '사악하고 간교한 말을 그럴 듯하게 꾸며(飾邪說,文姦言)' 세상을 어지럽히는 자를 '간교한 영웅(姦人之雄)'으로 지목,가장 먼저 세상과 격리시켜야 한다고 역설한다. 그래서 '유좌(宥坐)'편에 공자가 노나라 재상이 된 지 7일 만에 당시의 저명 인사 소정묘(少正卯)를 다섯 죄목으로 주살했다고 기록하였다. 그 죄목의 세 번째가 "말이 거짓되고 달변이다(言僞而辯)"라는 것이다. 이 기록의 사실 여부는 확인하기 어려우나,'달변의 위선적 지도자'가 그만큼 국가와 사회에 위험한 존재임을 강조한 대목이라 할 것이다.

유언비어를 무책임하게 퍼뜨리는 행위가 사회와 도덕에 엄청난 해악을 끼친다는 사실도 공자는 결코 간과하지 않았다. 바로 "길에서 주워듣고 길에서 함부로 말하는 자는 도덕을 해치는 도적이다(道聽塗說,德之賊也)"라는 대목이다. 정치 지도자가 말을 분명히 해야 국민을 편안하게 할 수 있다는 말도 빠질 수 없다. '예기(禮記)' 첫머리에 그 말이 보인다. "말을 안정되게 하여 백성을 편안하게 할지니,말을 한다는 것이 이처럼 중대한 일이다(安定辭,安民哉.出辭若此其重也)." 거침없이 막말을 내뱉는 사람들을 두고 맹자(孟子)는 "자신을 내던진 자들은 더불어 말할 수가 없다… 말에 예의가 없는 것은 자신을 내던지는 짓이다(自暴者,不可與有言也… 言非禮義,謂之自暴也)"라고 비판했다.

지도층 인사(대중매체 포함)의 말은 대중에게 끼치는 영향이 지대한 만큼 그 내용이 진실하고 표현은 신중하며 천박하지 않아야 한다. 확인되지 않은 말은 함부로 입에 올려서는 안 된다. 말과 행동이 일치되어야 함은 말할 것도 없다. 또한 애매모호한 말은 대중을 혼란스럽게 하여 자칫 사회에 크고 작은 불안을 가져올 수 있으므로 그 뜻이 명확하게 전달되도록 해야 한다. 더욱이 보다 성숙하고 문명화된 선진 사회가 되기 위해서는 악의에 찬 거친 표현을 일삼거나 사욕과 집단 이기를 위해 허위와 과장된 내용으로 대중을 선동하는 행위는 철저히 배척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