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법 처리가 9월 이후로 넘어갔다. 22일 미디어법 처리로 한숨 돌린 한나라당은 비정규직법 개정을 장기 과제로 돌렸다. 야당은 미디어법 처리에 대한 법적싸움에 올인하고 있다. '사용기간 2년' 적용으로 이달부터 하루에만 330여명의 비정규직 근로자가 실직하고 있는 터에 여야 모두 사실상 손을 놓음에 따라 비정규직법의 연내 처리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한나라당 '장기전 모드'로

안상수 한나라당 원내대표는 23일 최고위원회의에서 "비정규직법 개정안에 대해 직권상정을 요청했지만 국회의장이 받아들이지 않아 보류됐다"며 "당정 태스크포스(TF)팀을 구성해서 대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한나라당은 사용기간을 1년6개월 유예하는 내용의 법 개정을 추진해왔으나 시간을 갖고 종합대책을 마련하는 쪽으로 입장을 선회했다.

신상진 제5정조위원장은 "법 개정이 어려워진 만큼 유예안 처리 여부와는 상관없이 파견과 하청 문제 등 근본 문제를 장기적으로 논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직권상정을 해서라도 시급히 유예해야 한다'는 기존 당론에서 물러선 것이다. 한나라당은 비정규직법 처리와 보완을 위한 '비정규직 TF'를 구성할 계획이었으나 법 개정이 불투명해지자 복수노조 문제 등 노동 전반을 논의하는 '노동 TF'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연내 처리도 쉽지 않아

비정규직법 해법을 위한 환경노동위 3당 간사 협의는 지난 17일 이후 종결된 상태다. 권선택 자유선진당 간사는 "민주당이 유예안을 반대하고 있고 환노위도 개회될 분위기가 아니다"며 "큰 이슈가 없는 이상 연내 처리할 계기도 마련하기 쉽지 않다"고 밝혔다. 한나라당 정책위 핵심관계자는 "9월 국회에서도 국정감사 기간에는 입법 활동을 할 수 없어 논의 시점이 11월이 유력하다"며 "연말에는 예산안 처리가 있어 이때도 유야무야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한나라당은 다음 달 공개될 노동부의 사업장 전수조사와 실업급여 통계를 보고 당론을 정한다는 방침이다. 비정규직 실업 실태가 심각한 것으로 나올 경우 개정론을 재점화하겠다는 것.하지만 여당이 밀어붙이는 모양새가 될 경우 노동계의 강한 저항이 우려된다. 특히 9월 정기국회에서는 복수노조 허용과 노조전임자 임금지급 금지를 골자로 하는 노동조합법 개정안도 다뤄질 예정이다. 갈등이 고조될 경우 비정규직법은 6월 국회에서 미디어법의 뒷전에 밀렸던 것처럼 다시 표류할 가능성이 높다.


◆노동부 실질적 지원책 나서야

비정규직 대량 해고 사태는 결국 피할 수 없게 됐다. 통계청 경활조사에 따르면 계약기간 2년을 초과한 비정규직 근로자는 71만명(청소년,고령자 제외)이다. 계약기간 초과 비정규직의 최근 정규직 전환율이 30%인 점을 감안하면 해고 대상 근로자는 연간 50만명가량 된다. 당장 7,8월 두 달간 8만명 정도가 해고된다는 계산이 나온다.

노동부 관계자는 "당정협의 등을 통해 9월 국회에서 재입법을 요청하겠지만 이미 해고된 비정규직의 재고용은 사실상 불가능하다"며 "실업급여 지급,일자리 알선 등 기존 지원 프로그램을 활용하는 것 말고는 현재로서는 방법이 없다"고 토로했다.

김유미/고경봉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