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가족, 대학당국 관리부실 문제제기

미국 버지니아텍 총기사건의 범인인 조승희의 정신과 진료기록이 사건발생 2년여 만에 뒤늦게 발견돼 희생자 가족들이 대학당국과 버지니아 주 등을 상대로 제기한 피해보상 소송의 새로운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팀 케인 버지니아 주지사는 22일 기자회견을 통해 조승희에 대한 진료기록이 다른 학생들의 기록과 함께 지난 18일 버지니아텍 의료센터 소장을 맡았던 로버트 H. 밀러 박사의 집에서 발견됐다고 밝혔다.

케인 주지사는 조승희가 정신과 상담을 받았던 의료센터에서 진료기록이 사라지게 된 경위와 관련해 버지니아 경찰의 수사가 진행되고 있다면서 이 센터에서 기록을 옮긴 것은 불법이라고 말했다.

그는 희생자 가족의 변호사들이 이 기록을 찾는 데 2년이 걸렸다는 게 당혹스럽다면서 "이번 수사는 내가 매우 관심을 가지고 있고 또 매우 우려하고 있기도 하다"고 말했다.

버지니아 주 당국은 조씨 측의 동의나 영장 발부를 통해 진료기록의 내용을 가능하면 빨리 공개할 계획이다.

케인 주지사의 법률고문은 희생자 가족들에게 보낸 서한에서 조승희의 진료기록이 총기사건이 나기 1년여 전에 옮겨졌었다고 밝혔다.

이 기록은 정신적으로 문제를 안고 있었던 조승희에 대해 대학 의료당국이 적절한 사전조치를 취했는지를 판단하는 중요한 단서라는 점에서 총기사건 조사과정에서 주목을 받았지만 그동안 소재파악이 안 돼 갖은 의혹을 불러 일으켰다.

희생자와 부상자 가족들은 핵심자료인 진료기록이 이처럼 뒤늦게 발견된 것을 놓고 총기사건에 대한 조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게 아니냐는 의혹을 함께 제기하고 있다.

이와 관련, 총기사건 2주년을 맞아 2명의 희생자 가족들은 버지니아 주와 대학, 상담센터 등을 상대로 조승희가 총기사건을 일으킨 것과 관련, 중대한 직무유기가 있었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이들은 소장에서 조승희가 자살 충동을 느낀다고 털어놓았는데도 지역 의료센터는 그에 대한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한편 조승희는 2007년 4월16일 버지니아텍 캠퍼스 강의실 등에 있던 동료 대학생과 교수 등 32명을 사살하고 자신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워싱턴연합뉴스) 김재홍 특파원 jaeho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