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의 초중등학교가 여름방학에 들어갔다.

아이들에게 방학은 무더운 여름을 피하는 의미도 있지만, 학기 중에 챙기지 못한 질병 검사나 상담, 치료계획을 세우는데도 매우 유용하다.

어린이들에게 잦은 질병을 중심으로 여름 방학 동안에 점검해 볼만한 건강관리 항목을 알아본다.

◇ 복통, 구역질·구토 잦았다면 소아내시경으로 확인 = 여름방학에는 날씨가 덥다고 아이스크림, 팥빙수 등 차가운 음식만 찾는 어린이들이 많다.

하지만, 찬 음식을 많이 먹으면 오히려 배탈과 설사 때문에 고생할 수 있다.

특히, 어린이들은 소화기가 약하기 때문에 찬 음식은 자제해야 하고, 설사를 한다면 충분한 수분 공급을 하면서 전문가의 진찰을 받도록 해야 한다.

평소 복통이나 구토, 구역질 등이 잦았던 어린이는 방학을 이용해 `상부위장관' 내시경을 해보는 것도 좋다.

흔히 `명치'로 불리는 배 위쪽에 복통을 호소하면서 구역질, 구토를 하거나 체중이 줄고, 음식을 삼킬 때 통증이나 장애가 있으면서 가슴통증을 느낀다면 이번 여름 방학을 맞아 내시경을 받아보는 것도 권장할 만 하다.

특히, 원인을 알 수 없이 오랜 기간 토하거나 혈변을 본다면 이 검사가 꼭 필요하다.

또한, 어린이 중에는 동전이나 반지, 펜던트, 바늘, 자석, 머리핀, 열쇠, 수은전지 등을 삼켜 병원으로 오는 경우가 많은데, 지름이 2㎝ 이상으로 크기가 크거나 날카로운 물체를 삼켰을 때는 식도나 위장관에 걸려 통증과 염증, 출혈, 천공 등을 유발하는 만큼 빨리 제거해주어야 한다.

보통 이 경우에는 내시경을 이용해 쉽게 제거할 수 있지만, 이물질이 걸리는 위치에 따라 수술이 필요한 경우도 있다.

소아내시경의 경우 성인 내시경과 같은 방법으로 진행되지만, 지름이 매우 가는 소아용 내시경과 수면 내시경을 이용하기 때문에 아이들이 좀 더 편안하게 검사를 받을 수 있다.

◇ 뚱뚱한 어린이는 체중조절 적기 = 어린이에게 생긴 비만은 어른이 되고 나서도 비만으로 계속될 가능성이 70%에 달한다고 한다.

소아 청소년 비만은 성인 때 시작되는 비만과 달리 지방세포 숫자가 증가하고, 일단 늘어나면 잘 없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또, 고지혈증, 지방간, 당뇨, 고혈압과 같은 각종 성인 합병증도 일찍 생길 수 있어 특히 주의해야 한다.

아이들의 허리둘레가 또래 아이들보다 많이 나간다면 성인이 됐을 때 대사증후군에 걸릴 위험이 최대 30배까지 증가한다는 보고도 있다.

그렇다고 어린이에게는 약물요법이나 수술을 권장하지 않는다.

어린이들의 경우 식이요법과 운동습관 개선만으로도 비만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비만 어린이가 있는 가정에서는 온 가족이 함께 식이요법을 하는 것이 좋다.

아이스크림, 햄버거, 튀김요리 등을 피하고, 요리를 할 때는 버터 대신 마가린, 보통 우유 대신 탈지유, 계란은 흰자만 쓰는 등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그러나 지나치게 살빼기에 집착해 음식량을 줄일 경우 키가 크지 않는다든지 올바른 성장을 방해할 수 있는 만큼 어린이 다이어트는 체중을 줄이는 것보다 유지하는 데 초점을 두도록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고려대 안암병원 소아청소년과 이기형 교수는 "키를 자라게 하는 우유도 하루에 500㏄ 이상 마시는 것은 비만의 악화요인이 되기 때문에 조절해야 한다"면서 "비만한 아이들의 운동법은 심하고 격렬하게 하는 것보다 적당히 땀이 날 정도로 하루에 30분씩, 일주일에 4~5회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또 경도비만일 때는 빠르게 걷기, 줄넘기처럼 많이 움직이는 운동이 좋고, 고도비만일 때는 가볍게 걷기, 수영, 누워서 자전거 타기 같은 운동이 효과적이라고 이 교수는 덧붙였다.

이와 함께 방학 기간에 병원에서 정확한 비만도를 측정하고 혈액검사와 복부 초음파를 통해 성인병 유무를 확인하는 것도 비만치료에 대안이 된다.

◇ 포경수술 할까 말까 = 우리나라 어린이의 대부분이 포경수술을 받고 있지만, 최근에는 포경수술이 전혀 불필요한 수술이라고 주장하는 학자들의 보고도 많다.

특히, 갓난아이에게 포경수술을 해 주는 것이 유행처럼 퍼져 있지만, 이것은 절대 피해야 할 일이라고 주장하는 학설도 있다.

포경수술을 하는 가장 큰 이유는 포경피부 안쪽에 균이 잘 자라기 때문에 귀두염을 앓거나 결혼 후 여성에게 질염이나 자궁암을 일으키게 한다는 학설 때문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큰 차이가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단지 포경피부 안쪽을 잘 씻어주면 된다는 것이다.

그러나 외국에 비해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포경수술이 더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다.

그 이유는 포경피부의 끝이 좁은 `참 포경'이 외국보다 더 많기 때문이다.

만약 귀두를 덮은 피부가 너무 좁아서 잘 뒤집히지 않는 참 포경이라면 수술을 고려해 보는 것도 필요하다.

시기는 대개 초등학교 5학년에서 중학교 1학년 사이가 적합하다.

◇ 안경 쓴 아이라면 도수 다시 측정해야 = 자녀가 칠판이 잘 보이지 않는다고 호소했거나 수업에 집중하지 못하고 먼 곳을 볼 때 눈을 자주 찡그렸다면 근시 등 굴절이상일 수 있는 만큼 방학기간에 안과에 데려가야 한다.

만약 초등학생 성장기의 자녀가 안경을 쓰고 있다면 여름ㆍ겨울방학을 이용, 1년에 두 번은 시력검사를 해 안경 도수를 조정해줘야 한다.

안경을 얼굴에 잘 맞춰 쓰지 않으면 시력저하가 일어날 수 있다.

운동 등 격렬한 활동 때문에 안경이 휘어지거나 착용상태가 불량해질 수도 있어 안경점에서 자녀의 안경 착용상태를 점검받는 것도 좋다.

약시의 경우 만 9세가 지나면 치료가 어렵고 이때의 시력이 평생을 좌우하는 만큼 초등학생 저학년 자녀라면 방학을 이용해 눈 상태를 점검받는 게 바람직하다.

일부는 안경을 쓰는 게 좋아 보여서 일부러 시력이 나빠졌다고 하는 학생들도 있는데 이런 경우에도 정확한 검사를 위해 안과에서 시력검사를 받아야 한다.

<도움말:한강성심병원 가정의학과 김미영 교수, 고려대 안암병원 이기형(소아청소년과)ㆍ한재준(소아소년과)ㆍ김효명(안과) 교수>

(서울연합뉴스) 김길원 기자 bi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