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 EU 자유무역협정(FTA)이 잠정 타결되면서 법률시장에도 지각변동이 예고되고 있다. 국내 대형 로펌들은 세계 최고로 평가받는 영국 로펌들의 공격적 진출이 예상됨에 따라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외교통상부에 따르면 한 · EU 간 법률시장 개방 수위는 한 · 미 FTA와 유사하다. FTA가 발효되면 '외국법에 대한 법률자문(1단계)→국내 로펌과의 제휴(2단계)→양국 로펌 간 동업(3단계)' 등을 거쳐 5년 안에 시장이 사실상 전면 개방된다. 다만 한 · EU FTA는 국내에서 외국법 자문사로 활동하는 EU 변호사에게 자국명칭(Solicitor,Barrister)을 함께 사용할 수 있게 해 국적 식별이 가능하도록 했다.

법조계는 한 · EU FTA가 발효되면 영국 로펌들이 적극적으로 국내에 진출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미국 로펌은 자국시장 규모가 커 해외시장에 큰 관심을 보이지 않지만 영국 로펌은 자국시장이 포화상태여서 독일 등 해외시장을 공격적으로 개척해 왔기 때문이다. 세계 로펌매출 1~3위를 차지하는 뛰어난 자본력과 오랜 법률서비스 전통,글로벌네트워크가 영국 로펌만의 강점이다.

국내 대형 로펌 변호사는 "영국 로펌들이 국내 기업들을 상대로 이미 마케팅에 나섰고 2~3곳은 국내 진출을 타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며 "매우 공격적이어서 미국 로펌보다 영국 로펌이 더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밝혔다.

영국 로펌의 국내 진출이 초읽기에 들어가면서 국내 대형 로펌들은 대책 마련에 나섰다. 영국 로펌이 오랜 강세를 보여온 금융 · 조세 · 국제중재 분야 등에 전문인력을 확충하며 몸집을 불리고,영국 변호사들이 쉽게 진출할 수 없는 국내 법률 서비스를 강화하고 있다.

법무법인 세종의 김두식 대표변호사는 "영국 로펌이 당장 참여할 수 없는 형사소송이나 각종 규제 등을 중심으로 서비스 질을 높이는 한편 기업 인수 · 합병(M&A)이나 금융 등 경쟁분야에 인력을 확충하고 있다"며 "국내 대형 로펌들은 현재 200명 수준인 인력을 300명 정도로 늘려야 수천 명인 영국 로펌과 경쟁할 수 있다"고 말했다.

체질 개선으로 내부 효율성을 강화하는 로펌도 있다. 법무법인 광장의 임성우 변호사는 "대형화도 중요하지만 가장 적절한 가격으로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고객을 빼앗기지 않는 중요한 전략"이라고 지적했다.

서보미 기자 bm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