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2000년 고령화사회(65세 이상 노인 인구가 전체의 7% 이상)에 접어든 데 이어 2018년 고령사회(65세 이상 인구가 전체의 14% 이상)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일본이 고령화사회(1970년)에서 고령사회(1994년)로 바뀌는 데 24년이 걸린데 반해 한국은 일본을 제치고 18년이란 세계에서 가장 짧은 기간 안에 고령사회에 도달하는 국가가 될 전망이다. 코피 아난 전 유엔 사무총장은 지구의 급속한 고령화를 '대재앙'이라고 표현했다. 한국경제신문이 지난 2일 '2009 안티에이징 엑스포'의 특별행사로 진행한 '2018년 고령사회 어떻게 대비할 것인가'토론회의 주요 발표내용을 요약해본다.

정상양 광주대 사회복지전문대학원 교수=노인문제는 '4고(苦)'로 요약된다. 퇴직 후 수입감소로 인한 빈곤,노화에 따른 질병,사회와 가정에서의 역할상실을 의미하는 무위(無爲),이 같은 문제가 상호작용해 일으키는 고독과 소외가 그것이다. 2007년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국민연금을 받는 노인은 전체 노인의 23.8%,공적연금(공무원 군인 등) 수령자는 14.6%,사적연금 수령자는 8.2%에 그친다. 이를 통해 수입을 얻는 노인은 100만명 안팎에 불과하다. 이와 함께 공공부조 제도로서 국민기초생활보장제와 지난해 도입한 노령기초연금제가 있다. 그런데 상당수 노인이 이 같은 사회보험제도의 수혜대상에서 제외돼 있다. 각종 연금의 미진한 면을 보충하는 게 국민기초생활보장인데 전체인구의 3%에 불과하다. 전체 인구의 8%가 노인임을 감안하면 빈곤한 노인에 대한 복지제도의 사각지대가 넓은 것이다. 정년도 빨라 일찍 퇴직한 후 빈곤을 겪기 일쑤다. 상당수 노인이 자신의 경제력을 자녀들에게 소진하는 바람에 자신의 노후를 대비하지 못한 것도 원인이다. 노인취업센터 등을 통해 고용지원이 이뤄지고 있으나 실제 받는 돈은 월 20만원 수준으로 허점 투성이다. 만성질환을 하나 이상 갖고 있는 노인이 90.9%이고 2개 이상 질환 보유 노인은 70%를 넘는다. 능력을 넘는 과다한 의료비 지출로 24.4%가량의 노인이 경제적인 고통을 받고 있다. 하지만 틀니나 보청기 등은 의료보험급여에서 제외되고 있다. 급여 범위를 확대해 노인에게 과도한 부담이 되는 의료비를 줄여야 빈곤이나 건강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도 예방적 · 노인 돌봄 차원에서 지원대상과 예산을 확대해나가야 한다. 관련 서비스산업의 수요진작과 공급 활성화 노력이 필요하다. 고령사회가 되면 효(孝)의 개념이 사회적 지지로 바뀌어야 한다.

김양이 한일장신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노인의 여가선용에 대해 집중적으로 지적해 보겠다. 부부끼리만 또는 독거생활로 가정을 꾸리고 있는 노인이 전체 노인의 55%(2004년)에 달하고 있다. 독거노인은 전체 노인세대의 18.8%로 97만6000명에 이른다. 특히 남편이 먼저 사망해 배우자가 없는 여성노인은 전체 여성노인의 62%에 이른다. 여가를 즐길 줄 아는 문화가 정착되지 않은데다 노인들은 부부 및 친구와 대화하는 기술 등 사회성이 부족해 재미 없는 여생을 보내고 있다. 노인여가복지시설(경로당)이 현재 5만7777개에 달하지만 이를 이용하는 노인의 비율은 1998년 45.0%에서 2004년 32.8%로 낮아지는 등 감소 추세다. 자신의 정체성을 확인하고 타인과의 교감을 통해 생활만족도를 높이고 새롭고 흥미롭고 다양한 소일거리를 통해 마음의 평안과 성취감을 찾을 수 있도록 사회가 도와야 한다. 노인의 85%가 TV나 라디오로 대다수 시간을 흘려보내고 있다. 세대간 지식격차가 커지고 노인들의 학력이 높아지고 있는 만큼 노인평생교육에 대한 재정적 지원이 필요하다.

고재욱 사회복지시설협회장=전국에 노인주거복지시설(양로원) 400여 개소,노인보호전문기관 19개소,노인의료복지시설 1579개소,재가노인복지시설 8787개소,노인휴양소 4개소 등이 있다. 노인여가복지시설의 경우 최근 노인들의 학력이 높아져서 욕구도 높아지고 있는 만큼 예전과 다른 모습으로 바뀌지 않으면 운영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다. 노인의료복지시설은 주로 도시 인근에 밀집돼 있고 농촌에는 없다 보니 문제가 많다. 특히 농촌은 장기요양보험으로 처리할 경우 본인부담률이 과거의 20%에서 10%로 낮아졌지만 개인당 10만원이 넘는 비용에 대한 부담이 크다. 장기요양시설은 영리가 목적이라는 게 문제다. 경영마인드도 중요하지만 친절하고 고품질의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종사 인력의 전문성도 보강돼야 한다. 전문성이 떨어지면 안전성이 확보되지 않고 노인학대가 빚어지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일본의 경우 목욕용구 변기 이동기기 등 노인용 보조기기나 위생용품이 잘 개발 · 보급돼 있는데 국내에선 고민만 했지 미흡하다.

이동우 인제대 상계백병원 정신과 교수=치매는 전통사회에서는 가족이나 지역사회가 해결해 줬는데 핵가족화와 도시화가 되다보니 사회가 부담해야 될 문제로 바뀌고 있다. 치매는 질환의 특성상 복합적인 서비스가 필요한데 장기요양보험제도 같은 것으로는 문제를 해결하기 어렵다. 치매는 최근 들어 깜빡깜빡하는 초기치매와 발병한 지 2~3년이 지났는데도 가족들은 그렇지 않다고 주장하는 중기 치매,발병 후 7~8년이 지나 많이 악화된 후기(장기)치매로 나눠볼 수 있다. 대부분 초기치매는 놓친다. 노인장기요양보험에서 지원해주는 것은 주로 후기치매이며 그것도 간호서비스에 국한돼 있다. 건강보험이 있지만 환자나 보호자가 제때에 인식하지 못하면 서비스를 받을 수 없다. 게다가 보험이 적용돼도 본인부담금이 높기 때문에 저소득층은 진단이나 치료를 받기 어렵다. 초기와 중기 치매를 조기에 진단 · 치료하기 위해선 지역사회에 기반한 치매관리가 필요하다. 내년 전국의 모든 보건소에서 치매관리에 나설 것이다. 지역사회 협력병원이 보건소에서 걸러낸 치매 의심자를 조기에 진단하면 어느 정도 해결의 실마리를 찾을수 있다. 다만 보건당국이 치매를 얼마나 중시하고 예산을 투입할 것인가가 문제다. 방문요양,주 · 야간 돌보미 등의 다양한 서비스가 개발돼야 하고 초기 치매환자에게도 서비스가 확대되야 한다.

신승철 새마음알콜클리닉 원장(좌장)=사회복지사의 고용창출 차원에서 노인들을 돌봐줄 수 있는 멘토링 서비스가 이뤄지면 노인들에게도 도움이 될 것이다. 치매관리나 노인요양 등 노인문제는 독일 미국 일본처럼 지역사회에 바탕을 두고 추진되는 게 맞다. 장기요양보험환자를 3개 등급으로 나누는데 일본(6개 등급)처럼 세분화돼야 하고 경증인 노인은 본인부담금을 내는 게 바람직하다. 원주에 노인체육대학이 있는데 한번에 200~300명씩 찾아오는 게 보기 좋았다. 기동력 있는 노인에겐 맞춤형 교육 또는 여가선용 프로그램을 마련해줘야 한다. 10~15년이면 노인인구가 1000만명 정도가 된다. 독거노인 중 노인복지시설에 안 가는 사람이 많다. 시설과 서비스가 낙후돼 있어서다. 노인복지재원을 늘리고 관련 산업을 질적 양적으로 육성하는 게 해답이 될 것이다.

정종호/임기훈 기자 rumb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