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노조가 민주노총을 탈퇴한 것은 민노총이 과도한 정치투쟁과 내부 정파 싸움으로 본연의 임무를 다하지 못하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KT 노조는 이미 6년 전부터 민주노총 탈퇴에 대한 논의를 해왔다. 대의원대회 등에 민노총 탈퇴건을 주요 안건으로 상정하기도 했다. 올 3월 새 집행부가 출범했을 때도 이 같은 요구가 강했다. 허진 KT 노조 교육선전실장은 "그동안 민주노총의 노동운동 방향이 현장 조합원들의 정서와 멀었던 부분이 많았다"며 "조합 간부와 조합원들의 여론을 받아들여 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KT 노조는 또 민노총 내 일부 세력들이 KT 노동조합을 내부 정파들의 헤게모니 장악에 이용해왔고,이 과정에서 적지 않은 피해와 멸시를 받아왔다고 주장했다. 민노총 창립멤버인 KT 노조는 과거 강성 중에 강성이었다. 민노총 투쟁의 선봉에 서는 등 노사갈등의 대명사로 통했다. 그러나 점차 민주노총의 정치투쟁에 소극적으로 참여하면서 민노총에서 어용으로 비판받기도 했다. 2006년 열린 민노총 대의원대회에서는 특정 세력이 KT 노조 대의원들을 회의장에 참석할 수 없다며 막아선 일도 있었다.

KT 노조 관계자는 "민노총이 내부적으로 국민파와 중앙파,좌파 등 적지 않은 정파들로 찢어져 있어 조율과 합의를 통해 운영해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색깔이 다르면 적으로 간주하는 경향이 강했다"면서 "서로 의견이 다르다고 해서 부르주아나 어용으로 몰아가는 것에 대해 조합 간부나 대의원들의 불만이 컸다"고 말했다.

양준영 기자 tetri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