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법 문제가 표류하고 있다. 비정규직 보호를 외쳤던 정치권은 비정규직법의 '사용기간 2년' 적용으로 실업자가 양산된 지 보름 이상 지났지만 여전히 '나몰라라'다.

한나라당 민주당 자유선진당 등 3당 환경노동위원회 간사들은 비정규직법 협상 마지막날인 17일까지도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자유선진당 간사인 권선택 의원은 "사용기간 제한 조항을 1년 유예하고 정규직 전환지원금을 1조원으로 증액하는 내용의 중재안을 제시했다"며 "하지만 김재윤 민주당 간사가 난색을 표해 다음 주에 계속 논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권 의원의 중재안에는 △전환지원금의 효과를 높이기 위해 일정 비율 이상 정규직으로 전환한 모범 기업을 중심으로 지원하고 △비정규직 근로자의 사회보험 적용률을 높이는 한편 △법 적용으로 해고된 근로자 대책을 마련하는 등의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한나라당은 '유예기간 2년' 입장에서 '법 개정을 위한 준비기간 1년을 둘 수 있다'는 데까지 최근 물러섰다. 하지만 민주당은 '비정규직 대란'이 일어날 것이라는 정부 예상이 빗나갔다며 유예안을 받을 수 없다는 입장이다. 권 의원은 "지난달 간사협의 때는 민주당이 1년 유예까지 가능하다고 했는데 그때는 한나라당이 2년 유예안을 고집했었다"며 "양측이 조금만 물러서면 1년안을 타결할 수 있을 텐데 아쉽다"고 밝혔다.

이처럼 여야가 법 적용 보름이 넘도록 해법을 못 내놓자 '무력하게 시간만 끈다'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여야가 미디어법 논란 등으로 본회의장 점거에 나선 가운데 비정규직법은 아예 뒷전에 밀려 있는 양상이다. 소관 상임위인 환노위는 이달 들어 정상적인 회의를 연 적이 없다. 환노위의 한 관계자는 "추미애 위원장이 사회적 합의가 없으면 개정안을 심사하지 않겠다는 입장인 만큼 연말까지 해법을 못 낼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조원진 한나라당 간사는 "다음 주에도 계속 합의가 결렬되면 비정규직 실업 양산을 막기 위해서라도 직권상정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야가 미디어법 논란 등으로 본회의장을 점거 중인 데다 비정규직법까지 직권상정으로 이어질 경우 극단적인 대치가 예상된다.

김유미 기자 warmfron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