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학교 경제학과 3학년인 박모씨(25)는 최근 1학기 성적표를 받았다. 평점 평균 4.42점(만점 4.5)으로 지금까지 받은 성적 가운데 가장 높은 학점이다. 박씨는 그러나 이 학점으로 2학기 성적우수 장학금을 받을 수 있을지 걱정이다.

박씨는 "요즘은 거의 모든 학생들이 취업 스펙에 맞추느라 시험 준비를 철저히 하기 때문에 학점도 덩달아 좋아지고 있다"며 "그러다 보니 웬만한 학점으로는 성적우수 장학금을 신청하지 못할 정도로 장학금을 받을 수 있는 학점 커트라인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박씨는 "주변에 올 A+(4.5점)를 받고도 이수학점이 경쟁자들보다 적어 장학금을 받지 못한 친구가 있었다"고 덧붙였다.

대학가에 학점 인플레 현상이 두드러지면서 각 대학 및 장학단체의 성적우수 장학금 '커트라인'도 함께 높아지고 있다. 평점 평균 A+를 받고도 장학금을 못 받는 사례가 생겨나고 있는 것.

대학정보 공개 사이트 '대학알리미'에 따르면 박씨가 재학 중인 고려대 경제학과의 지난해 2학기 전공과목 평점 평균 A학점 이상(100점 기준 90점 이상) 취득자는 1392명으로 전체 성적인정 학생 3854명의 36%에 달했다. 이 가운데 679명이 A+ 학점(95점 이상)을 받았다.

이 과의 A학점 이상 취득 학생 비율은 2007년 1학기 35.02%,2007년 2학기 36.13%,2008년 1학기 37.80%로 3학기 연속 증가세다. 이에 따라 이 과에서 2008년 2학기에 성적우수 장학금을 받은 학생의 학점 평균은 4.3점 이상으로 높아졌다. 고려대 관계자는 "인문계에선 4.3점 이하로는 장학금을 받기 힘들다"고 말했다.

한국장학재단이 703억원 규모의 기금을 조성해 전국 1만8800여명의 이공계 대학생을 대상으로 운영하는 '이공계 국가장학금'의 성적 커트라인도 꾸준히 오르고 있다. 올해 자격 기준은 4.3만점에 평점 평균 3.3점(4.5만점은 3.5)으로 전년(3.0점)에 비해 0.3점 상승했다. 2006년 2.4점이었던 이 기준은 2007년 2.7점,2008년 3.0점에 이어 올해까지 3년째 계속 높아졌다. 한국장학재단 관계자는 "학점 인플레 등의 문제로 성적 기준을 계속 상향 조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장학재단은 올해 73억원의 예산으로 680명을 선발하는 '대통령 과학 장학생' 사업의 장학금 지급 기준을 직전 학기 성적 A 이상(4.5만점에 4점)으로 정했다.

김일규 기자 black0419@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