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밖에서는 요즘 것을 취하고,안에서는 옛것을 취하고자 한다(余欲外今而內古)."

조선 초기 문장가였던 탁영(濯纓) 김일손(金馹孫)의 문집인 《탁영집》 중 '서오현배(書五絃背)'에 나오는 글이다. 탁영이 독서하는 틈틈이 당시 유행하던 여섯 줄짜리 육현금(六絃琴)을 배우고 있었는데,막역한 동료가 "자네는 옛것을 좋아하는 사람인데,어째서 육현금을 배우는가?"라고 물었다.

유가에서 정통으로 인정하던 가야금은 오현금이나 칠현금이었으니 그럴 만도 했다. 그러자 탁영은 이렇게 대답했다. "요즘 음악도 또한 옛날의 음악에서 유래한 것이네.소강절(邵康節 · 송대 철학자 소옹)도 요즘 사람은 요즘 사람의 옷을 입어야 한다고 하지 않았던가. 나도 같은 생각일세."

그리고 집에 있는 오현금의 뒷면에 위와 같은 말을 썼다. 전통에 담긴 훌륭한 정신은 계승하겠지만,형식은 자신이 살고 있는 시대의 흐름을 따르겠다는 뜻이다. 현대에 어울리지 않는 외형을 고집하면서 그저 남의 이목이나 끌고,자신을 포장한다면 무슨 의미가 있을까?

번역 · 해설=권경열(한국고전번역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