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교육과의 전쟁'에 경찰도 가세한 듯

전국연합학력평가 시험문제 유출 사건의 수사가 국내 온라인 사교육시장으로 확대됐다.

서울지방경찰청은 16일 온라인 사교육업계 1위 업체인 메가스터디메가스터디가 문제를 사전에 확보한 단서를 포착하고 이 회사 본사와 강남지점, 서초지점 등 3곳을 압수수색했다.

경찰 관계자는 "메가스터디가 전국연합학력평가 시험 문제를 미리 입수해 문제풀이 동영상을 제작했다는 관련자 진술을 확보해 법원으로부터 압수수색영장을 발부받아 집행했다"라고 밝혔다.

경찰은 이날 메가스터디 문제풀이 동영상 제작 부서 등에서 컴퓨터 본체 5대와 동영상CD 300개, 학력평가고사 문제지 등을 입수해 분석 중이다.

또 문제풀이 동영상 제작에 관여한 메가스터디 실무자 8명을 임의동행 형식으로 데려와 조사하고 있다.

경찰은 메가스터디 전·현직 직원들로부터 학원 측이 학력평가 문제를 미리 입수해 시험 전날 저녁이나 당일 아침에 해설 동영상을 제작했다는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동영상 제작 시간 등을 파악해 메가스터디가 서울시교육청 등에서 시험 문제를 미리 넘겨받았다는 의혹이 사실로 드러나면 구체적인 유출 시점과 경로 등을 조사할 방침이다.

메가스터디 관계자는 "1교시 언어영역이 시작하는 시각에 문제를 받아 문제 해설을 제작해 오후 5-6시에 올렸으며, 문제를 수강생들에게 미리 유출한 사실은 없다"라고 해명했다.

경찰이 온라인 교육업계의 1위인 메가스터디를 돌연 압수수색함으로써 교육당국이 최근 시작한 사교육과의 전쟁에 경찰이 동참한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경찰 관계자는 "이번 사건 수사는 그동안 진행된 EBS 외주사 PD에 의한 시험문제 유출과 별개로 이뤄진 것이며, 메가스터디 오프라인 학원 수강생들에게 문제가 사전 유출됐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라고 전했다.

업계 관계자도 "교육과학기술부가 학원들의 심야 교습을 강도 높게 단속하는 상황에서 돌연 경찰이 메가스터디를 압수수색한 것은 불법 사교육시장에 철퇴를 가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낸 것으로 보인다.

교육공무원이나 교사들과 유착된 오프라인 학원으로 수사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그동안 학력평가 해설 동영상을 수험생들에게 최대한 빨리 제공하고자 업체들 사이에 시험지 확보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비리 의혹이 끊임없이 제기됐다.

전국 고교생 183만여명을 대상으로 한 전국연합학력평가는 학력을 진단하고 대학수학능력시험 적응력을 키우고자 수능시험과 같은 형태로 이뤄지며 고교 3학년생은 매년 6차례, 1∼2학년은 4차례 치른다.

(서울연합뉴스) 윤종석 기자 banan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