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때 물풍선을 던지고 놀던 때를 생각했어요. 물에 젖어 속옷이 비치는 모습이 가장 섹시하잖아요."

국제 광고제인 뉴욕페스티벌에서 학생부문 3위를 차지한 서재식(27·홍익대 정보산업공학과 졸업)씨의 말이다.

한국 대학생들이 '세계 3대 광고제'인 뉴욕 페스티벌에서 최초로 수상자 명단에 오르는 개가를 올렸다.

15일 뉴욕 페스티벌 웹사이트에 따르면 정호균ㆍ서욱(조선대), 전효인(건국대) 씨 등 5명으로 구성된 한국 대학생팀은 지난달 뉴욕페스티벌 상품 광고부문에서 3위에 해당하는 '브론즈 월드 메달' 학생부문 수상자로 선정됐다.

뉴욕페스티벌은 프랑스 칸 국제 광고제, 미국의 클리오 광고제와 함께 세계 3대 광고제의 하나로 손꼽힌다. 이들이 수상의 개가를 올린 학생 부문은 인쇄, TV 광고 등 부문에서 학생들의 아이디어를 겨루기 위해 마련됐다. 지난 2007년 대학생 참여가 허용된 이후 한국 학생이 수상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들이 출품한 작품은 여성 속옷을 홍보하는 옥외 대형 광고물 '유혹의 시작(Beginning of Seduction)'이다. 미국 브랜드 캘빈클라인의 속옷광고를 활용한 돌출형 옥외 설치물이다.

하얀 슬립 차림 여성의 상반신이 드러나 있는 이 작품은 비가 오면 실제로 사진 속 슬립이 젖어 속옷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효과로 관능성을 강조했다. 뉴욕페스티벌 측은 “비오는 날에 옷이 젖어 속옷을 은은하게 비춰주는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높이 평가했다”고 밝혔다.

이 작품의 기획 단계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한 서재식 씨는 "중학교 때 물풍선을 던지고 놀던 것을 떠올리며 이 광고를 착안했다"며 "남성의 시각에서 볼 때 여성의 신체가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것보다는 옷이 물에 젖어 속옷이 비치는 게 가장 관능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서 씨는 "단순히 속옷이 비치는 여성의 사진을 쓸 수도 있겠지만 그래서는 주목도가 부족할 것이라고 생각했다"면서 "비 오는 날이면 속옷이 드러나는 형태의 옥외 광고물이 시각적 효과도 높고,하나의 화젯거리로서 바이럴(Viral) 마케팅으로도 연결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었다"고 말했다. 서 씨는 지난 3월 광고업체 농심기획에 카피라이터로 입사했다.

예술감독을 맡은 정소라(24·숙명여대 시각영상디자인과 4년) 씨는 "속옷이 비에 젖는 느낌을 옥외 광고에 접합해 섹시함을 부각시키고 싶었다"며 "옥외 광고 모형을 직접 만드느라 고생했는데 수상하게 돼 다행"이라는 소감을 밝혔다.

이들 수상팀은 오는 25일 중국 상하이 포뮬러원(F1) 경기장에서 열리는 시상식에 참석할 예정이다.

한경닷컴 이진석 기자 gen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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