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소년'의 성장과정을 듣고 싶은데요.
▼'섬소년'의 성장 과정을 듣고 싶은데요.

"충남 서산군 이원면 내리라는 조그만 어촌에서 7남매 중 장남으로 태어났고,어업에 종사한 부친을 따라 내리에서 한 시간 거리인 우도(쇠섬)라는 작은 섬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죠.10여가구가 사는 곳인데,우리 가족은 식구가 늘어나 끼니 걱정을 해야 할 형편이었습니다. 초교(섬 분교) 4학년 때 인천으로 시집 간 이모가 "공부를 잘하니 인천으로 오라"고 해서 동생들과 함께 유학을 왔죠.말이 유학이지,사실은 식구들의 입을 덜기 위해서였습니다. 중학교 때부터 대학 졸업 때까지 고학으로 동생들을 돌보며 살았습니다. 중학교 때는 신문 배달,고교 때는 입주 가정교사 등을 하며 생활비를 벌었죠."

▼재수 · 삼수까지 하면서 경기고와 서울대를 고집하셨는데.

"어릴 때부터 반드시 성공해야 한다는 확실한 목표는 갖고 있었죠.최고가 돼야겠다고 생각한 거죠.평범하게 살고 싶지 않았고,비굴하거나 남에게 지는 것은 더욱 싫어했습니다. 그렇다고 성공하기 위해 경기고와 서울대를 끝까지 고집한 것은 아닙니다. 당시 집안 사정이 좋지 않았고,고학을 하다 보니 건강도 안 좋아 한두 해 늦게 진학하게 된 거죠."

▼고교 시절 학교에서 처벌도 받았다는데.

"어설픈 의협심 때문이라고 할까요. 주변 학교 애들이 우리 학교 애들을 가끔 때리거든요. 그러면 달려가서 싸우죠.저는 싸우면 본때를 보여주고,끝을 보는 성미거든요. 어릴 때부터 혼자 모든 걸 해결하다 보니 그렇게 된 거 같아요. 한번은 아이스하키 스틱으로 동네 건달들을 혼내 줬는데 그게 문제가 됐죠.사실은 퇴학감인데 고3 담임선생님이 적극 나서 주셔서 정학으로 끝났죠."

▼판 · 검사가 꿈이었는데 왜 체육학과에 진학했나요.

"경기고 3학년 때 3선 개헌 부정 선거에 항의하는 시위를 하다가 주동자로 몰려 학교에서 법대 등 주요 학과의 입학원서를 써 주지 않았고,솔직히 성적도 좀 그랬고요. 삼수를 한 끝에 사범대 체육학과를 택한 것은 시간 여유가 많아 아르바이트가 가능할 것으로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핑계가 됐나요. (웃음)"

▼술집 웨이터도 해 보셨다죠.

"서울대 대학원 경영학과에 재학 당시 아버님의 어선이 전복되는 사고로 어부 2명이 죽고 집안은 쫄딱 망했죠.충격으로 어머님은 병석에 누웠고요. 학업을 계속할 수 없는 상황이었죠.돈을 벌기 위해 을지로 1가에 있던 비어홀에서 2년 정도 웨이터를 했어요. 살아오면서 나쁜 짓 빼고는 안 해 본 것이 없는 거 같아요. "

▼샐러리맨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하셨죠.

"20대 후반 때 율산과 함께 재계의 '겁없는 아이들' 신화를 만들어 가던 제세산업에 입사해 무역 업무를 맡았죠.부장을 거쳐 회장 비서실장을 지내며 꿈을 키워 나가려고 했지만 회사가 파산하는 바람에 졸지에 실업자가 됐죠."

▼실업자 시절에 심정이 어땠어요.

"실업자가 되니 끼니를 때울 형편도 안 되고 살기가 너무 힘들어 한때 자살도 생각했어요. 어디 기댈 곳도 없고 막막하더군요. 차라리 죽는 게 훨씬 편하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파산 충격으로 식물 인간이 된 어머니를 생각하니 죽을 수가 없더라고요. 장남인 제가 죽으면 가족을 돌볼 사람이 없다는 생각에 이를 악물고 다시 열심히 살기로 했지요. "

▼동양그룹으로 옮겨 고속 승진 끝에 40대에 사장을 하셨죠.

"실업자 생활을 하다가 1980년 동양그룹에 입사해 당시 채권을 취급하며 회사에 수익을 많이 남겨 줬죠.이후 무역,금융,정보통신 분야 등 주요 업무를 맡으면서 동양증권㈜ 이사,상무,감사,부사장을 지냈죠.그 후 데이콤 이사를 거쳐 동양그룹 기획조정실 사장을 맡게 된 거죠."

▼동양그룹 재직시 주식 투자로 대박을 터뜨렸다고 들었는데요.

"증권회사를 다닐 때인데,개인 종자돈 2000만원으로 1981년부터 1991년까지 11년간 주식에 투자해서 20억원가량 벌었죠.증권회사 직원도 자기 계좌로 매매가 가능했을 때였죠.당시 회사 공개가 유행이었는데 흐름을 잘 탔죠.지수가 100에서 1000까지 갔으니 물결을 잘 탄 거라고 봐야죠.그때 번 돈은 야당 생활을 하면서 다 까먹었습니다. "

▼주식 투자에 특별한 노하우라도 있나요.

"개인이 주식 투자하는 건 반대입니다. 굉장한 노하우가 있어야 되거든요. 워런 버핏의 책을 봐도 개인들은 못 따라간다고 써 있잖아요. 장담은 못하지만 앞으로 지수가 1600~1700까지는 갈 것 같은데….주식 투자에 성공하려면 30%는 베이직,30%는 정보,나머지 40%는 베팅 스킬이 있어야 돼요. 물론 동물적 감각도 필요하지요. "

▼지금도 재테크를 하나요.

"지금은 주식을 안 하고 인천 세일즈와 시민을 위한 재테크에 열을 올리고 있습니다. (웃음)"

▼정치에 입문한 특별한 동기가 있나요.

"1996년 CEO 출신의 참신한 정치인을 물색 중인 당시 신한국당에 발탁돼 인천계양 · 강화갑 지구당 위원장을 맡았죠.그때는 김영삼 대통령이 기업인 출신을 많이 영입하려고 했죠.이명박 대통령도 그때 영입됐어요. 1년 후 한나라당 이회창 후보의 경제특보를 맡아 경제부처 장관 후보 물망에 오른 적도 있어요. "

정리=김인완 기자 iy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