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는 내가 소비한 부분을 다른 사람들과 함께 소비할 수 없지만 현재 스크린에 상영 중인 영화는 동시에 여러 명이 함께 즐길 수 있다.

사과처럼 특정인 한 사람만 소비할 수 있는 재화를 경합재(rival good)라고 하고 영화처럼 동시에 여러 사람들이 함께 소비할 수 있는 재화를 비경합재(nonrival good)라고 한다.

비경합재라고 하더라도 상영관의 영화는 표를 구입하지 않은 사람들의 소비를 배제할 수 있지만 한강 둔치에서 쏘아 올리는 불꽃놀이는 근처의 사람들이 함께 즐기는 것을 배제할 수 없다.

남들이 함께 소비하지 못하도록 막을 수 있는 재화를 배제재(exclusive good)라고 하고 한강 둔치의 불꽃놀이처럼 그렇게 하지 못하는 재화를 비배제재(nonexclusive good)라고 한다.

보통의 재화는 경합적이고 배제적이지만 비경합적이고 비배제적인 재화도 많다. 예컨대 골목길 가로등이 그렇다. 내가 돈을 들여 가로등을 설치하면 그 혜택은 나를 포함한 내 이웃이 함께 누린다.

이처럼 비경합적이고 비배제적인 재화를 공공재(public goods)라고 하고 반대로 완벽하게 경합적이고 배제적인 재화를 민간재(private goods)라고 부른다.

비경합성과 비배제성으로 구성되는 재화의 공공성은 현실적으로 불완전한 경우가 많다. 서울 한강 둔치의 공원은 누구나 함께 이용할 수 있는 공공재처럼 보이지만 지방 주민들은 실질적으로 그 소비로부터 배제당한다. 비배제성이 그만큼 제한적이다. 그러나 국가안보와 사회안전 같은 것은 모든 국민이 차별 없이 함께 소비하는 완전한 공공재이다.

이처럼 공공재는 여러 사람들이 함께 소비하는 재화이므로 그 비용을 관련된 사람들끼리 적절히 분담해야 사리에 맞다. 그러나 사람들은 서로 다른 사람에게 비용 부담을 전가하여 공공재를 얻은 다음 자신들은 그 소비에 편승 또는 무임승차(free-riding)하고 싶어 한다.

나는 사실 골목길 가로등이나 동네 앞 개울을 건너는 교량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얼마간의 공사비를 분담할 생각이 있지만 아닌 척 행동하다 보면 남들이 마련한 것에 아무 비용 부담 없이 편승할 수도 있다. 사람마다 이렇게 생각하고 서로 눈치를 보기 때문에 아예 공사가 시작조차 안 되는 경우도 있다.

이처럼 공공재 소비에 편승을 기대하는 사람들 태도가 공급 자체를 불가능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에 현실적으로는 국가가 강제력을 발동하여 세금을 거두고 공공재를 공급하고 있다.

공공재 소비는 결국 외부경제를 창출하는 행위이고 사람들의 편승은 비용 부담 없이 외부경제의 편익만 누리려는 행동이다.

코즈정리는 외부경제든 불경제든 이것이 비효율성을 유발할 때마다 관련자들이 협상을 벌여서 효율적 자원배분을 도모한다고 설명한다. 그렇다면 편승 문제가 유달리 강조되는 공공재의 경우에 코즈정리는 어떻게 작동하는 것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