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성관 검찰총장 후보자의 인사청문회에서 제기된 각종 의혹에 대해 후폭풍이 거세다. 이례적으로 여당 내에서조차 찬반이 엇갈리는 가운데 검찰 조직도 다소 술렁이는 분위기다. 일각에서는 낙마 가능성을 전혀 배제할 수 없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한나라당 일각에서는 안타까움과 함께 실망감이 교차했다. "결격사유로까지 보기는 어렵지 않느냐"는 의견이 있는 반면 일부 초선의원들 사이에서는"청문회에서 보여준 부족한 프레젠테이션 능력은 오히려 의혹만 증폭시켰다"는 반감이 컸다. 의견 대립은 인사청문회를 주관한 법사위에서도 고스란히 나타났다. 여야 법사위원 전체를 상대로 14일 천 후보자에 대한 적격 여부를 조사한 결과 전체 16명(한나라당 9 · 민주 5 · 선진과 창조모임 1 · 친박연대 1) 가운데'적격'의견을 낸 의원은 5명에 불과했다. 야당 의원 7명은 전원 '부적격' 입장을 냈다. 한나라당도 '판단보류' 의견이 3명 있었으며 1명은 답변 자체를 거부했다. 당초 국회 법사위는 이날 전체회의를 열고 천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 경과보고서를 채택할 예정이었으나 이견이 심해 15일 재논의하기로 했다.

정세균 민주당 대표는 "수사대상이 돼야 할 사람이 검찰총장 후보로 청문회를 하는 데 국민들이 분노하고 있다. 천 후보자 같은 사람이 어떻게 앞으로 뇌물과 부정부패 사건을 수사할 수 있겠는가"라고 비판했다. 정 대표는 "천 후보자는 자질,도덕성,개혁의지 모두 수준 미달이다. 이명박 대통령에게 내정 철회를 정식으로 요구하겠다"며 "만일 내정을 철회하지 않을 경우 의혹규명 태스크포스팀을 구성하는 한편 법적으로 고발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유선호 법사위 위원장은 "핵심 증인인 박모씨가 출석명령서를 받고도 해외 출국한 것은 같은 아파트에 사는 천 후보자와 연관성 혐의가 짙다"고 말했다. 박씨는 이날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론 흐름을 주시하고 있는 청와대는 "심각한 결격사유가 있는 것은 아니다"고 판단하면서도 곤혹스러워 하는 모습이다. 천 후보자의 도덕성 시비가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지 장담할 수 없다는 우려 때문이다. 청와대는 그러나 현재로선 임명을 철회할 정도는 아니라는 판단이다. 청와대 핵심 참모는 "검찰총장직을 수행하는 데 문제가 없으며 조만간 공식 임명절차를 밟는다는 방침에는 변화가 없다"고 강조했다.

한편 검찰은 이날 A4용지 20장에 이르는 청문회 관련 의혹 해명자료를 내고 강남 고가 아파트 매입 경위 · 박씨와의 채무관계 · 소득 및 지출내역 등을 해명했다. 그러나 대체로 기존 해명의 반복이었을 뿐 차용증이나 거래내역서 등 객관적인 증빙자료는 첨부되지 않았다.

홍영식/이준혁/이해성 기자 i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