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교인(敎人) 2명을 살해한 연쇄살인범에 대한 현장검증이 14일 진행됐다.

피의자 박모(38)씨는 교회와 성당 앞에서 생면부지의 여의사와 여성 신자를 잔인하게 흉기로 살해하는 장면을 담담하게 재연해 이를 지켜본 주민들을 분노케 했다.

이날 현장검증은 오전 8시30분께 박 씨가 범행 흉기를 산 서구 양동시장에서 시작, 여의사와 여신자를 살해한 북구 용봉동 모 교회와 광산구 모 성당, 흉기를 버린 광주공항 인근과 남구 대촌저수지, 나주시 산포면 박 씨의 집 등에서 진행됐다.

검은색 모자와 흰색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박 씨는 시종일관 담담하고 태연하게 현장검증에 임했고 모자를 자주 벗으며 불편한 심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또 "피해자들에게 미안하지 않으냐?", "잘못을 뉘우치는가?", "피해자의 가족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없느냐?"라는 기자들의 질문에도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현장에는 많은 시민이 몰려와 박 씨가 태연하게 검증 과정에 임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무섭다", "소름끼친다"는 반응을 보였으며, 일부 시민은 "저런 짐승 같은 놈의 얼굴을 왜 가려주나.

모자와 마스크를 벗겨라"라며 분노했다.

박 씨가 북구 용봉동 모 교회 앞에 자신의 구형 프라이드 승용차를 주차해놓고 교회에서 나오는 여의사를 뒤쫓아가 저항하는 여의사에게 수차례 흉기를 휘둘러 살해하는 장면을 재연하자 시민들은 그의 대담함과 잔인함에 치를 떨었다.

박 씨는 앞서 여의사를 살해하고 범행에 사용한 흉기와 착용했던 장갑을 광주천변에 버리고, 교회 인근을 돌아다니며 또 다른 범행 장소를 물색하는 장면 등을 한치의 흐트러짐 없이 재연했다.

이어 여신자를 살해한 광산구 모 성당에서 진행된 현장검증에서는 성당 앞마당에 차를 주차해놓고 성당에서 나오는 여신자를 흉기로 무참히 살해하는 장면을 재연했다.

박 씨는 살해 장면을 재연하고 나서 자신의 차 앞에서 생각에 잠긴 듯 성당을 잠깐 바라보기도 했다.

박 씨는 이어 광주공항, 대촌저수지를 돌며 흉기를 버린 뒤 여신자를 살해하고 돌아와 나주시 산포면 자신의 집에서 범행 흔적을 없애려고 태연하게 옷을 빠는 장면 등을 재연했다.

박 씨가 여의사를 살해할 당시 머물렀던 서구 자췻집 인근에 거주하는 양모(42)씨는 "평소 모자를 쓰고 고개를 푹 숙인 채 돌아다녀 제대로 얼굴을 보지는 못했다.

점잖은 사람으로 생각했는데 연쇄살인범이라니 믿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광주연합뉴스) 장덕종 기자 cbebop@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