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 연쇄살인피의자 현장검증 '태연자약'
피의자 박모(38)씨는 교회와 성당 앞에서 생면부지의 여의사와 여성 신자를 잔인하게 흉기로 살해하는 장면을 담담하게 재연해 이를 지켜본 주민들을 분노케 했다.
이날 현장검증은 오전 8시30분께 박 씨가 범행 흉기를 산 서구 양동시장에서 시작, 여의사와 여신자를 살해한 북구 용봉동 모 교회와 광산구 모 성당, 흉기를 버린 광주공항 인근과 남구 대촌저수지, 나주시 산포면 박 씨의 집 등에서 진행됐다.
검은색 모자와 흰색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박 씨는 시종일관 담담하고 태연하게 현장검증에 임했고 모자를 자주 벗으며 불편한 심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또 "피해자들에게 미안하지 않으냐?", "잘못을 뉘우치는가?", "피해자의 가족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없느냐?"라는 기자들의 질문에도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현장에는 많은 시민이 몰려와 박 씨가 태연하게 검증 과정에 임하는 모습을 지켜보며 "무섭다", "소름끼친다"는 반응을 보였으며, 일부 시민은 "저런 짐승 같은 놈의 얼굴을 왜 가려주나.
모자와 마스크를 벗겨라"라며 분노했다.
박 씨가 북구 용봉동 모 교회 앞에 자신의 구형 프라이드 승용차를 주차해놓고 교회에서 나오는 여의사를 뒤쫓아가 저항하는 여의사에게 수차례 흉기를 휘둘러 살해하는 장면을 재연하자 시민들은 그의 대담함과 잔인함에 치를 떨었다.
박 씨는 앞서 여의사를 살해하고 범행에 사용한 흉기와 착용했던 장갑을 광주천변에 버리고, 교회 인근을 돌아다니며 또 다른 범행 장소를 물색하는 장면 등을 한치의 흐트러짐 없이 재연했다.
이어 여신자를 살해한 광산구 모 성당에서 진행된 현장검증에서는 성당 앞마당에 차를 주차해놓고 성당에서 나오는 여신자를 흉기로 무참히 살해하는 장면을 재연했다.
박 씨는 살해 장면을 재연하고 나서 자신의 차 앞에서 생각에 잠긴 듯 성당을 잠깐 바라보기도 했다.
박 씨는 이어 광주공항, 대촌저수지를 돌며 흉기를 버린 뒤 여신자를 살해하고 돌아와 나주시 산포면 자신의 집에서 범행 흔적을 없애려고 태연하게 옷을 빠는 장면 등을 재연했다.
박 씨가 여의사를 살해할 당시 머물렀던 서구 자췻집 인근에 거주하는 양모(42)씨는 "평소 모자를 쓰고 고개를 푹 숙인 채 돌아다녀 제대로 얼굴을 보지는 못했다.
점잖은 사람으로 생각했는데 연쇄살인범이라니 믿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광주연합뉴스) 장덕종 기자 cbebop@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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