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지 않아도 될 응급환자 사망률 선진국의 2배
심폐소생기 설치 확대ㆍ교육 급선무

지난달 25일 심장마비로 사망한 마이클 잭슨.

그가 심장마비로 쓰러진 직후 적절한 응급조치만 받았어도 우리는 그의 노래를 다시 들을 수 있었을지 모른다.

대한심폐소생협회 황성오 사무총장(연세대 원주의과대학 응급의학 교수)은 "직전까지 공연연습을 했으니 그의 죽음은 급사로 보인다"면서 "급사는 통상 응급조치를 통해 회복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처럼 평소 건강했던 사람도 심장마비로 쓰러질 수 있지만 곧바로 심폐소생술 등 적절한 응급조치가 취해지면 사망에까지 이르는 것은 막을 수 있다.

하지만 사망한 응급환자 중에서 적절한 조치가 취해졌다면 생존할 수 있었던 이들의 비율을 뜻하는 `예방가능한 사망률'은 2007년의 경우 32.6%로, 선진국(10-20%)에 크게 못미친다.

정부는 2010년까지 이 비율을 20%까지 낮추겠다는 목표를 세워두고 있다.

주요 시설에 대한 자동제세동기(심폐소생기.AED) 설치 의무화 등을 골자로 하는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 작년 6월 시행된 것도 이 때문이다.

서울시 소방재난본부에 따르면 심장마비 발생 후 4분 이내에 심폐소생술이 시행되면 생존율이 50%에 이르며 수작업보다 AED를 사용해 심폐소생술을 실시하면 생존율은 더욱 높일 수 있다.

그러나 관공서를 비롯한 많은 시설들이 법적인 의무에도 처벌규정이 없는 탓에 AED 설치에 미온적이어서 실효를 거두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AED를 설치하지 않은 대부분의 시설들은 "예산 배정이 안돼 구비하지 못하고 있다"는 등의 이유를 댔다.

AED가 대당 300만원 안팎의 가격이어서 부담스럽기는 하지만 국민의 생명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투자라는 인식을 하지 못하는 것이다.

일부 시설들은 자신들이 설치 의무대상인지조차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곳도 있었다.

AED를 설치한 시설들도 자발적으로 비용을 들이기 보다는 지자체나 기업의 지원에 기대는 경우가 적지 않다.

최근 KTX에 설치된 자동제세동기도 생명보험회사들이 설립한 `생명보험 사회공헌위원회'에서 10억원을 지원받아 이뤄졌다.

KTX 자동제세동기 설치사업을 진행한 대한심폐소생협회 관계자는 "코레일측이 적극 협조하지 않아 사업 진행에 어려움이 많았다"면서 "수많은 고객을 상대하면서도 생명 존중에 대한 인식이 크게 부족한 것"이라고 말했다.

코레일 관계자는 "새마을호와 무궁화호 등에 대한 AED 설치는 KTX에서 AED 운용결과를 지켜보고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법적으로 구비 의무가 있음에도 미적거리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예방가능한 사망률을 더욱 낮추기 위해서는 법으로 지정된 시설 외에도 AED 설치를 늘려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개정을 주도했던 안명옥 전 한나라당 의원(CHA의과학대 보건복지대학원 교수)은 "일본에는 시골의 간이역과 조그만 여관에도 AED를 설치해두고 있다"면서 "법적으로 지정된 곳 외에 심장마비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헬스클럽과 사우나, 골프장 등에도 설치가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회원권 가격이 수천만원에 이르는 헬스클럽을 운영하고 있는 서울시내 특급호텔 19개중 AED를 설치한 곳은 리츠칼튼호텔과 그랜드 인터컨티넨탈호텔 등 2곳에 불과하다.

안 전 의원은 "심장마비가 가정에서 발생하는 경우가 적지않은 점을 감안하면 아파트 단지에도 AED를 설치하면 유사시에 큰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AED가 설치됐다해도 제대로 된 교육이 이뤄지지 않으면 급할 때 효과를 발휘하기 힘들다.

심폐소생협회 관계자는 "누구나 2시간 정도만 투자하면 응급상황에 대처할수 있는 기본적인 심폐소생술을 배울 수 있다"고 말했다.

협회 홈페이지(http://www.kacpr.org)에서는 심폐소생술을 배울 수 있는 전국 93개 병원의 명단과 교육일정을 확인할 수 있다.

(서울연합뉴스) 이정진 임수정 기자 transil@yna.co.krsj9974@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