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죄 자백..경찰 "심증 굳혔으나 결정적 물증 없어"

광주의 모 성당 앞에서 발생한 `묻지마 살인' 사건의 용의자가 지난 5월 여의사 피살사건도 자신의 범행이라고 자백했다.

그러나 경찰은 용의자의 자백을 뒷받침할 만한 결정적 증거를 찾지 못해 여의사 살해범으로 단정하지는 못하고 있다.

광주 광산경찰서는 "지난 8일 광주 모 성당 앞에서 발생한 여성 신자 살해사건 용의자 박모(38)씨가 `지난 5월 20일 북구 오치동 A교회 주변에서 여의사도 살해했다'고 자백해 사실 관계를 확인 중"이라고 10일 밝혔다.

박씨는 검거된 뒤부터 여의사 살해 사실을 시인했다가 번복하기를 되풀이했으나 이번에는 구체적인 정황을 설명하고 있어 믿을 만한 것으로 경찰은 판단하고 있다.

박씨는 "손에 장갑을 낀 채 흉기로 여의사를 찌르고, 장갑은 집 화장실에 버렸으며 흉기는 그대로 보관하다 지난 8일 또 다른 여성을 찌르고 광주공항 인근 천변 풀밭에 버렸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박씨의 집 재래식 화장실 변기에서 장갑 1쌍을 찾아 핏자국 등이 있는지 국립과학수사연구소에 감식을 의뢰했으나 금속탐지기 등을 동원한 수색에도 흉기를 찾지는 못했다.

박씨는 또 "여의사 살해 당시 A교회 인근 교회에서 20분가량 차량을 세워두고 있었고, 이 모습을 주변에 있던 5명이 봤다"고 진술해 경찰은 목격자가 나올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경찰은 여의사가 살해된 시각 30분전에 A교회 인근 골목길에 설치된 CC(폐쇄회로) TV에 박씨의 차량과 같은 구형 프라이드가 3차례 찍힌 사실을 확인하고 박씨가 범행 전 주변을 배회한 것 아닌지 추궁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박씨의 진술이 꽤 구체적이어서 2건의 살인을 모두 저질렀다는 심증은 굳혔지만 진술만으로는 부족하다"며 "박씨를 상대로 진술을 더 듣고, 날이 밝는대로 흉기 등 결정적 증거를 확보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광주지법 영장전담 이재희 부장판사는 박씨에 대해 경찰이 살인 혐의로 신청한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박씨는 지난 8일 오후 6시 43분께 광주 광산구 한 성당 앞에서 40대 여성 신자의 목과 손목을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로 3시간만에 경찰에 붙잡혔다.

경찰은 "교회나 성당에 다니는 사람이 무작정 싫었다"는 박씨의 말에 따라 교회 주변에서 살해된 여의사도 박씨에게 희생됐을 개연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수사를 벌이고 있다.

(광주연합뉴스) 손상원 장덕종 기자 cbebop@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