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아니하여 동산에 뜬 달은 별 사이를 배회하고,백로는 강을 비껴 날고 물빛은 하늘에 닿았다. 작은 배 흘러가는 대로 맡겨 두니,그 광활함이 마치 허공에 떠서 바람을 탄 것 같다. 그 그치는 데를 알지 못하겠으니,표연히 세상을 잊고 나 혼자 날개를 단 신선이 되어 하늘로 오르는 것만 같다(飄飄乎如遺世獨立,羽化而登仙)." ―<적벽부>

1000년 전 가을의 한 달밤에 소식(동파 거사)은 장강에 배 띄워 술 마시며 놀다가 홀연히 신선의 경지에 들었다. 그는 돌아와 자신이 체험한 무애(無碍)하고 자유자재한 선계를 이렇게 노래했다. 신선은 이처럼 중국에서 숱한 문인들의 동경과 찬탄의 대상이었을 뿐만 아니라 으뜸 가는 창작 소재이기도 했다. 그래서 신선은 오늘날까지 도교(道敎)로 대표되는 중국 문화의 일대 요소이자,서양 사람들이 좀처럼 이해하기 힘든 캐릭터이기도 하다.

신선에 관한 이론과 역사를 집대성한 갈홍(葛洪 · 283~343년)에 따르면 신선은 득도(得道)해서 되는 것이 아니라 반드시 선약(仙藥)을 복용해야 한다. 신단(神丹) 금액(金液)의 제조법을 얻는 과정이 곧 깨우침을 위한 수업인 것이다. 마침내 이 약을 복용하고 하늘에 오르면 천선(天仙)이 되는데, 천상 세계란 원래가 심심한 곳이다. 그래서 약을 반쪽만 먹고 굳이 인간 세상에 머물러 불로불사하는 쪽을 선호하는 '땅의 선인(地仙)'들이 생겨났다. 은(殷)의 팽조(彭祖) 같은 지선은 승천을 거부하고 이 땅에서 800여년을 사는 이유를 묻는 질문에 이렇게 대답했다.

"천상에는 대신선들이 즐비하기 때문에 신참 신선들은 지위가 낮고 모셔야 할 선배가 한둘이 아니다. 그러므로 (천상에 가 봐야) 더욱 노고스러울 뿐이다(天上多尊官大神.新神者位卑,所奉事者非一,但更勞苦)." ―<포박자 대속(抱朴子 對俗)>

실제로 도교는 현재 300위 이상의 내로라하는 신선을 모시고 있으니,피할 수 없는 위계질서의 속박을 거부한 팽조의 철저한 자유정신은 높이 살 만하다. 이처럼 그들은 수백년,수천년을 살면서 인간의 희망과 즐거움을 두루 만끽한 후에 승천하기도 했지만,후한 말 오두미도를 창시한 장도릉(張道陵)처럼 신선의 능력으로 세상을 구제하겠다는 구세파도 있었다.

신선의 매력은 서양의 신들과 달리 누구라도 '그저 좋아하기만 하면 곧 배울 수 있다(唯好道,便得耳)'는 점에 있다. 그래서 많은 사람들이 신선의 길에 도전했지만 잘해야 은자(隱者)의 단계에 머물렀고, 오늘날에 이르러서는 광활한 정신주의를 상실한 채 단지 장생을 위한 양생 건강법으로 쪼그라들고 말았다. 신선도의 이런 형식주의 경향은 연원이 오랜 것으로,이미 후한 때의 난파는 이를 개탄하고 신선도의 요체가 정신에 있음을 강조했다. "요즘 도를 배우는 지식인들이 많지만 하는 것이 모두 구결과 기공법이다. 매일 편안히 앉았으되 외물에 마음을 달리는 것이 촛불에 달려드는 부나방 같다. 지난 일을 알면서 돌이킬 줄 모르고,이익만 보고 그 해악을 피할 줄 모른다(知往而不知返,知就利而不知避害).중요한 것은 마음을 청정하게 하는 것이며,그 맑음이 아무 생각조차 없을 때에야 기공법이 통하는 것이다. " ―<신선전(神仙傳)>

휴가철이다. 올해는 불황으로 인해 여느 해보다 휴가가 길어진다는 소식이다. 요즘 유행하는 '에너지 재충전(再充電)을 위한 휴가'라는 말은 유래를 알 수 없으나,자못 살벌하고 기계적이다. 휴가란 말 그대로 머리를 비우고 몸을 쉬는 것이다. 비워야 채울 수 있고 버려야 얻는 법이다. 자유자재한 신선들을 꿈꾸며 비움의 도리를 생각하고,훨훨 날듯이 몸이 가벼워지는 휴가가 됐으면 좋겠다.

편집위원 rgbac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