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7월7일자 A38면

일반 대중은 지혜로운 선택을 한다고 한다. 집단의 지혜니 집단 지성이라는 말을 쓴다. 특히 촛불 시위 등에 모여든 대중들에게 직접 민주주의의 재생이라든지 대중의 지혜가 드러나는 것이라고들 한다.

저자는 그러나 시위군중 어디에서도 지혜의 조건을 찾을 수는 없다고 말한다. 독립적으로 자신을 표현하는 것도 아니고 하나의 의견만이 지배하는 곳이며 선동과 동의만이 존재하는 그런 장소라는 것이다. 그는 혼자만의 장소인 투표소에 들어가 조용히 한 표씩을 던질 때 그것의 중앙값을 통해 비로소 대중의 지혜를 드러내는 것이라고 역설한다. 수많은 개인들이 치열하게 이익을 다투는 시장에서도 분산 고립된 개인들이 의심과 회의 속에서 내리는 선택들이 종합되었을 때 우리는 비로소 대중의 지혜를 마주하게 된다고 주장한다. 이때 고립이나 회의라는 말은 죄수의 딜레마적 상황을 말하는 것이다. 투표소와 시장에 존재하는 집단 지성을 집회현장에 있는 것처럼 둔갑시키는 것은 놀라운 재주요 지적 허무주의를 실토하는 것에 다름 아니라는 것이다. 저자는 과격 집회는 자신의 상품만 강매하자는 반지성적 행위라고 규정하면서 민주적 질서로 돌아갈 것을 주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