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외부불경제 품목인 술, 담배에 대한 세율 인상을 검토하고 있는 가운데 음주와 흡연의 사회경제적 비용이 연간 24조 원을 넘는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정영호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은 8일 한국조세연구원 주최로 열린 `외부불경제품목 소비억제를 위한 정책토론회' 발제자로 나와 흡연과 음주 비용이 24조2천452억 원에 달한다고 지적한 뒤 "건강친화적 조세체계 설계를 적극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외부불경제란 개인이나 기업의 행위가 다른 경제주체에게 나쁜 영향을 주는 것을 말하며, 대표적인 상품인 술, 담배의 경우 `죄악세(sin tax)' 관점에서 세율 인상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구체적으로 정 연구위원은 흡연 비용의 경우 조기사망에 따른 소득손실(3조5천214억 원), 진료비(1조4천252억 원) 등 5조6천398억원에 달하고, 음주 비용은 가정폭력 관련비용(12조3천562억 원), 조기사망에 따른 소득손실(3조9천874억 원) 등 18조6천57억 원에 이를 것으로 분석했다.

성명재 한국조세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담배와 주류의 1인당 소비수준은 유럽연합(EU), 미국, 일본과 비교할 때 각각 7위, 3위로 추정된다"며 "적정수준의 소비억제 필요성이 크지만 현행 조세체계로는 미흡하다"고 개편 필요성을 제기했다.

그는 "장기적인 고세율.고가격 정책을 통한 소비억제를 유도해야 한다"며 "특히 차세대 흡연.음주를 억제한다는 측면에서 청소년과 여성을 주 억제대상으로 정해 장기적으로 대처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담배세와 관련, "현행 종량세 체계에서는 세액이 고정돼 있어 물가 상승시 실질 세부담이 감소되는 문제가 있다"며 "중장기적으로 고가격 정책이 필요하므로 종량세 체계 내에서 물가.

가격연동제를 도입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안했다.

구체적으로 ▲국민건강증진부담금 인상 ▲담배소비세를 국세로 신설 ▲국민건강증진부담금을 담배소비세로 전환 ▲물가연동제 도입 방안 등을 내놨다.

또 주세율 조정 문제와 관련해 "현재 72%인 맥주와 증류주(소주,위스키 등)의 세율을 최소 100% 이상으로 상향조정해야 한다"며 "알코올 도수가 높은 고도주 위주로 주세율을 인상하는 것과 함께 맥주, 과실주 등 저도주 세율도 전반적으로 올리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성 연구위원은 에너지 다소비 품목에 대한 과세 제도 도입이 필요하다고 지적한 뒤 "에어컨, 대형냉장고, 대형TV, 드럼세탁기 등이 검토대상에 포함된다"며 "소비효율등급이 아니라 소비전력량을 기준으로 과세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시했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술과 담배의 세율을 인상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은 학계를 중심으로 꾸준히 제기돼온 내용"이라며 "토론회를 통해 나온 의견 등을 충분히 고려해 정부 입장을 정하겠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류지복 기자 jbryo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