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찬 조금 주면 야박해진다. 단속은 무리다"


"시청 위생과에서 나왔습니다. 잠시 주방을 보겠습니다. 잔반 모으는 통은 어디 있습니까?"

6일 낮 12시20분께 서울시청 위생과 하재호 주임과 녹색소비자연대 오순애씨가 여의도의 한 대형 샤부샤부 전문식당을 방문했다.

잔반 재활용을 금지하는 식품위생법 시행규칙 개정안이 4일 발효됨에 따라 서울시청과 시민단체가 합동으로 점검반을 편성해 기획점검에 나선 것이다.

하 주임과 오순애씨는 이날 점심시간에 식당 3곳을 점검했다.

첫 번째 방문한 식당에서는 손님이 남긴 반찬을 냉면 그릇에 곧바로 담아 주방으로 가져가 수십명분은 족히 될만한 대형 양철통에 모으는 장면이 목격됐다.

여기에 모인 잔반은 바로 음식물수거함으로 간다고 했다.

주방의 위생상태도 양호했으며 잔반 재활용이 의심되는 부분이 눈에 띄지 않아 점검반이 문제없는 것으로 결론냈다.

하재오 주임은 "잔반 모으는 통이 없거나 잔반을 버리는데 구분해서 버리면 재사용하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봐야한다. 이 식당은 그렇지 않았다"라고 말했다.

두번째로 찾아간 식당은 김치찌개와 고등어조림 등을 파는 한식집이었다.

식당 주인 정모(49.여)씨는 떨떠름한 표정으로 점검반을 맞이했다.

하 주임과 오순애씨는 주방과 싱크대, 잔반통 등을 살펴봤지만 잔반을 재활용한다는 증거를 찾아내지 못했다.

식당 주인 정씨는 `쓸데없는 일을 한다'는 투로 "손님이 손도 안 댄 것도 그냥 버리는데 무슨 재활용을 한다고 이 난리냐"라고 불만을 털어놨다.

정씨는 "단속을 해 봐야 그때만 바짝 긴장하고 끝나면 도로 느슨해진다"며 "우리나라도 일본식으로 반찬을 추가하면 돈 받는 문화가 정착돼야 한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세 번째로 들어간 식당은 132㎡ 규모의 일식집이었다.

이 집에서도 잔반을 재활용한다고 의심할만한 곳은 없었다.

식당 주인 임모(31)씨는 "만일 적발되면 더는 영업하기 힘들 것이다"라고 말했다.

잔반을 재활용했다가 적발됐다는 사실이 알려지면 같은 장소에서 장사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결국, 점검반은 첫날 아무런 단속 실적을 올리지 못했지만, 식품위생법 시행규칙 개정안이 발효됐음을 알렸다는 점에서는 나름대로 성과를 거뒀다고 자평했다.

하재오 주임은 "몰래카메라를 들고 가서 암행점검을 하지 않는 한 재활용 현장을 잡아내기가 쉽지 않을 것이다.

이번 기획점검은 위반업소를 적발하는 것보다 본격적인 점검을 앞두고 일깨우기 위한 목적이 더 크다"라고 말했다.

하 주임은 이어 "정부 단속만으로 음식점에서 반찬을 재활용하는 현실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는 것은 무리다.

업주들이 자발적으로 반찬을 재활용하지 않아야 하며 먹을 만큼만 반찬을 내 놓는 문화가 먼저 정착돼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서울시는 한 달여의 기획점검을 통해 반찬 재활용 실태를 파악하고 이를 토대로 10월 안에 본격적인 단속에 돌입한다는 계획이다.

본 점검에는 서울시와 25개 자치구 인력 100여 명이 동원되며 손님이 남긴 음식물을 재활용해 조리한 사실이 적발되면 적발횟수에 따라 영업정지 15일(1회), 2개월(2회), 3개월(3회) 등의 행정처분을 받게 된다.

(서울=연합뉴스) kind3@yna.co.krpa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