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국대가 조계종이 세운 종립학교인데 조계종 총무원과 동국대 이사회가 화합하고 단합된 모습을 보여야 되지 않겠습니까. 그래야 학교도,종단도 잘되고 한국 불교도 잘될 테니까요. "

지난달 30일 동국대 이사장에 선출된 정련 스님(부산 내원정사 주지)은 6일 기자간담회를 갖고 이같이 말했다. 동국대와 조계종 총무원의 소원했던 관계를 청산하고 윈윈의 상생 관계를 회복하겠다는 것.이를 위해 정련 스님은 이날 오전 서울 견지동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 4층으로 조계종 총무원장 지관 스님을 찾아가 손을 내밀었다. 2005년 10월 제32대 총무원장 선거에 출마해 경쟁했던 두 사람의 만남은 3년10개월 만이다.

이 자리에서 정련 스님은 "학교 운영에 대해 잘 아시고 경험도 많은 원장 스님께서 조언을 해 달라.가끔 학교로 모시겠다"며 "입학식,졸업식 때에도 오셔서 법어를 해 주셔야 학생들도 신심이 날 것"이라며 자세를 낮췄다. 또 오는 21일로 예정된 이사장 취임 법회에도 지관 스님을 초청했다. 이에 대해 지관 스님은 "(동국대와 총무원 간에) 불화가 있었지만 살다 보면 그럴 수도 있다"며 "잘 뭉쳐서 학교 발전을 이끌어 달라"고 주문했다.

정련 스님은 지관 스님을 만난 후 기자들에게 "취임 법회에 오시겠다는 확답은 하지 않았지만 그렇게 될 것"이라며 기대했다. 지관 스님과 전임 총무원장 법장 스님은 동국대 입학 · 졸업식이나 큰 행사에 참석하지 않아 왔다. 불화 때문이었다. 그러나 정련 스님은 이사장에 선출된 직후부터 종단과의 소통 및 협력을 강조하며 관계 회복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였다.

"지난 3일 종정 스님을 친견(親見)했을 때에도 첫 말씀이 불교 대학을 잘 발전시키라,잘 화합해서 종립학교가 세속의 모습으로 보이지 않게 하라,학교 발전을 위해 기금을 많이 조성하라는 것이었습니다. 한 번 만나서 안 되면 두 번 만나고 그래도 안 되면 세 번 만나면 됩니다. 대화로 풀지 못할 문제가 뭐 있겠습니까. "

정련 스님은 또 "분열하는 모습을 보여 온 동국대 이사회도 화합해 학교 현안을 해결하는 데 힘을 모으겠다"고 밝혔다. 조계종이 의욕적으로 추진 중인 자연공원법 개정 문제에 대해서도 "절 안에 화장실 하나 마음대로 못 짓는 현실은 정말로 문제"라며 "불교계가 요구하기 전에 정부에서 알아서 생각해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련 스님은 1972년 부산에서 시작한 천막 법당을 어린이부터 청소년,노인에 이르기까지 종합적인 교육 · 복지 시설을 운영하는 내원정사로 키워 냈다. 부산 서대신동의 내원정사는 특히 전인 교육을 실현하는 유치원으로 유명하며,지난 1일에는 절 뒷산에 숲속 자연체험장을 열어 주목받고 있다. 또 거제도에서 재활 병원인 마하병원과 중증 장애인 시설 반야원 등을 운영하며 종합 복지타운을 조성하고 있다.

'동에 번쩍,서에 번쩍'한다고 해서 '도깨비 스님'이라는 별명을 얻으며 부산과 거제를 오가는 생활을 해 온 그는 "동국대 이사장을 맡았으니 주중에는 서울에서,주말에는 부산과 거제를 오가게 됐다"며 "학교 발전을 위해 방방곡곡을 걸망 지고 다니면서 기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서화동 기자 fire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