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企 인력난 심화되는데 내국인은 거들떠도 안봐
'외국인 쿼터' 축소의 딜레마

최근 공기업과 서비스업종을 중심으로 비정규직 근로자들의 집단 해고가 잇따르고 있지만 이른바 '3D'형 중소제조업체들의 인력난은 오히려 심화되고 있다. 올해 외국인 취업 입국자 허용 규모(쿼터)가 지난해 6만800명의 20% 수준인 1만3000명으로 대폭 축소된 후 지난 5월 이후 외국인력의 신규 공급이 끊겼기 때문이다.

경기도 하남시에 있는 거울조립업체 다다거울은 요즘 상시 야근체제로 공장을 돌리고 있다. 주문량이 줄어 굳이 그럴 필요가 없지만 외국인 근로자 5명이 다른 회사로 이탈하지 않도록 야근수당을 주기 위해서다.

이 회사 김모 사장은 "월 130만~140만원의 수입이 보장돼야만 계속 일할 수 있다는데 어쩔 도리가 없다"며 "이 정도 월급 수준이면 내국인도 쓸 수 있겠다 싶어 구인공고를 내봤지만 문의조차 오지 않고 있는 실정"이라고 밝혔다.

경기도 수원의 도장전문업체인 미광사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1년 계약기간이 끝나가는 외국인 근로자 10명은 다른 기업의 면접을 보러다니는 등 집단퇴사 움직임을 보여 비상이 걸렸다. 이 회사 차모 사장은 "업무숙련도가 높아진 이들을 붙잡기 위해 각종 수당 인상 등을 통해 100만원 안팎의 월급을 140만~150만원으로 올려줄 생각"이라고 말했다.

5일 중소기업중앙회와 업계에 따르면 중기중앙회 인력지원본부,산업인력공단 등 외국인 근로자 알선 대행기관들은 최근 중소제조업체들의 인력 의뢰가 쏟아지고 있지만 속수무책이다. 중기중앙회 인력지원본부에는 현재 1000개 중소업체들이 4000여명의 인력 배치를 요청하고 있다.

중기중앙회 인력지원팀 관계자는 "올해 외국인 쿼터 1만3000명 가운데 상반기 할당량 4600명은 지난 4~5월 중 모두 소진됐다"며 "이에 따라 5월 이후 외국인 인력의 신규 공급이 사실상 중단됐다"고 설명했다.

따라서 외국인력의 신규 공급은 정부가 9월 이후 올 하반기분인 8400명의 할당인원을 단계적으로 배치할 경우 관련 절차를 거쳐 10월 말 이후에나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외국인 인력의존도가 높은 중소제조업체들은 당분간 외국인 인력공백에 따른 조업차질이 불가피해졌을 뿐만 아니라 업체 간 스카우트 경쟁으로 실질 임금상승과 외국인 인력이탈 등의 부작용을 우려하고 있다.

중소제조업계 한 관계자는 "내국인 실업해소 차원에서 외국인 쿼터를 줄인 데 이어 상 · 하반기로 구분한 것은 업계의 현실을 무시한 전형적인 탁상행정"이라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노동부 외국인력 정책과 관계자는 "내년부터 외국인 쿼터를 늘리고 ,하반기 외국인 쿼터를 조기 시행하는 문제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올해 쿼터 축소로 외국인 근로자를 확보하기 위해 일부 중소제조업체들은 회사를 분할,고용 허용 인원을 늘리거나 다른 업체 명의를 빌리는 등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편법 신청 사례가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손성태 기자 mrhand@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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