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시,혁신도시 반대론자를 지면에 세우는 일은 의외로 어려웠다. 참여정부 시절 헌법 소원까지 내며 '원천 무효'를 외치던 이들도 "현직에 있다" "미묘한 시점이다" 등과 같은 갖가지 이유로 인터뷰를 고사했다. 이런 가운데 김영봉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가 '학자의 양심을 걸고' 입을 열었다.

그는 "원칙적으론 지금이라도 세종시,혁신도시 사업 추진을 중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김 교수는 "정치적인 이유 때문에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면 지방민들의 환상부터 깨야 한다"며 "생존 아니면 도태라는 원칙을 확고하게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는 우선 '초기 투자 불가역 법칙'을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미 지출한 토지 보상비에 사로잡혀 끌려들어간다면 나중에 더 큰 재앙을 불러올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주장이다. "한국의 도시화율은 이미 90%를 넘었고,2050년이면 인구가 늘기는커녕 오히려 630만명 감소할 판입니다. 신도시를 계속 추가하는 식의 도시 정책이 아니라 선택과 집중,구조조정을 통한 도시 정책을 생각해야 할 때라는 얘기입니다. "

세종시와 관련,김 교수는 "명백히 정치적인 논리로 세워진 도시"라고 규정했다. "대통령,정부,여 · 야 국회의원 모두 국가에 명백히 해독을 끼친다는 것을 알면서도 추진한 당리당략의 결과물"이며 "차라리 수도 이전이라면 모를까 수도 분할은 존재할 필요가 없다"고 역설했다.

혁신도시에 대해선 "문제가 더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10~20년 후면 유령도시가 될 운명임이 너무도 자명하다는 것.김 교수는 "지금 혁신도시 사업의 지지부진은 기존 신도시 규모의 도시를 계획할 때부터 예상된 결과"라며 "기존 시가지를 재개발해서 인구와 산업을 유치하는 것이 훨씬 비용이 덜 들고 실패 위험을 축소하는 길이었지만 참여정부가 균형 개발 업적을 보여 주기 위해 무조건 말뚝을 박은 것"이라고 비판했다.

현실적으로 되돌리기에는 불가능하지 않냐는 질문에 김 교수는 "부(負)의 효과를 최소화하고 지역과 국가의 이익을 동시에 도모하는 차선책을 세울 때"라고 말했다. "세종시는 교육 특구로 지정해 새로 전략을 짜고,혁신도시의 경우 '자립 아니면 도태'라는 원칙 아래 지방자치단체에 과감하게 재정 및 기타 의사결정권을 넘겨 준 다음 다시 출발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세종시에 한해 교육 규제를 완전히 풀어 시장 자율에 맡긴다면 한국은 조선,자동차,전자산업처럼 세계적인 수준의 교육 상품을 생산하고,동북아 교육 허브를 만들 개연성이 충분하다"고 전망했다.

그는 "학교는 숙소,식당,서점,여가 시설 등 지역 사회에 기여하는 바가 행정부 유치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크다"고 덧붙였다. 굳이 공공기관을 이전해야 할 경우엔 "KBS 등의 방송사를 옮기는 것이 대안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방송사 이전도 과거의 과오를 정치적으로 수습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일 뿐이며 어떤 강제적 기관 유치도 합리적 논리로 정당화할 수 없다"는 것을 전제한 뒤 "방송사는 미디어,영화,기타 콘텐츠 제작에 관련된 산업과 고용에 상당한 유인 효과를 발생시킨다"고 설명했다.

박동휘 기자 donghui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