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2년 넘는 강사에 다음 학기 강의 못줘"

비정규직 보호법 개정 무산으로 인한 기간제 근로자들의 해고 바람이 대학 시간강사와 조교들에게까지 몰아치고 있다.

3일 한국비정규직교수노동조합에 따르면 경기도내 A대학은 4학기 동안 강의를 진행해 온 박사학위 미소지 일부 시간강사들에게 오는 9월 시작되는 2학기부터 강의를 맡길 수 없다고 최근 통보했다.

통보를 받은 시간강사는 영문학과에만 10여명에 이르는 것으로 확인됐으나 전체 통보 대상 강사수는 파악되지 않고 있다.

학교측은 "비정규직 보호법과 무관하다"며 "학교 규정상 시간강사에게 2년 이상 강의를 맡기지 못하도록 돼 있다"고 밝혔다.

학교는 이들이 맡던 강의는 다음학기 전에 새로운 강사를 채용해 맡긴다는 방침이다.

노조는 "대학측에서는 이에 대해 비정규직법과 관련없이 교내 규정에 따라 내려진 조치라고 말하고 있으나 비정규직 보호법에 따른 정규직 전환 의무를 피하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사실상 해고 통보를 받은 시간강사들은 이같은 조치에 대해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정작 별다른 대응을 하지 못하고 있다.

비정규직 보호법에 기간제 근로자를 '주당 15시간 이상 근무자'로 규정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학측이 그동안 주당 15시간에 미치지 못하는 강의시간만을 부여, 법의 보호를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또 시간강사들은 여러 대학에 출강하는 경우가 많은 것도 보호를 어렵게 하는 원인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그나마 박사학위를 갖고 있는 시간강사는 비정규직 보호법 시행령에 '2년이상 근무해도 정규직으로 전환하지 않아도 된다'는 예외조항 덕분에 불안하지만 강단을 떠나야하는 걱정을 덜 하는 형편이다.

학과 사무실 등에 근무하며 교수들을 강의를 보조하거나 학생들의 학과생활을 돕고 있는 조교들도 비정규직 보호법 무산으로 불안감을 느끼기는 마찬가지다.

경기도내 B대학 노조 관계자는 "정확한 자료는 조사해 봐야 하겠지만 우리 학교 150여명의 조교가운데 절반이 넘는 조교들이 다음 학기 조교직을 그만둬야 할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대학은 신규 졸업자들의 일자리 창출 차원에서 일반직 직원으로 분류된 조교들의 근무기간을 2년이 넘지 않도록 내부규정을 만들어 놓고 있으나 노조는 이에 대해 "정규직 전환을 기피하기 위한 규정"이라고 주장했다.

비정규직교수노조 관계자는 "한국비정규직교수노조에 가입해 있는 전국 9개 대학중 일부와 전국 여러 대학에서 시간강사들이 2년이 넘었다는 이유로 강단에서 쫓겨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비정규직 보호법 개정 등을 통해 시간강사들을 보호하기 위한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수원연합뉴스) 김광호 기자 kwa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