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소포화도 등 생체지표 대부분 정상치

국내 처음으로 연명치료 중단 방식의 존엄사가 공식 시행된 김모(77) 할머니가 10일째 안정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2일 연세대 세브란스병원에 따르면 이날 오전 9시 현재 김 할머니의 산소포화도는 98%로 정상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달 26일 한때 체내 산소포화도가 75% 수준까지 떨어진 이후 회복되고 나서 줄곧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는 게 의료진의 설명이다.

숨을 쉬는 데 필요한 몸 안의 산소량을 뜻하는 혈중 산소포화도는 정상치가 95% 이상으로, 90% 아래로 내려가면 저산소증으로 호흡이 곤란해져 위급한 상황이 될 수 있다.

다른 건강 수치도 큰 변동 없이 안정된 모습이다.

한때 37.1도까지 오르기도 했던 체온은 며칠째 정상치(36.5도)를 크게 벗어나지 않고 있으며, 심박 수도 정상치(60~100회) 범주에 드는 86회를 기록하고 있다.

또한, 분당 호흡수는 12회로 정상치(12~20회)에 들었으며, 수축기∼이완기 혈압도 115~70으로 크게 문제가 없는 상황이다.

이에 따라 병원 안팎에서는 김 할머니가 인공호흡기를 뗀 이후에도 상당기간 생명을 유지하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한 대학병원의 중환자실 담당 교수는 "(김 할머니가) 회복기에 들어선 뒤 1주일째 생체지표에 큰 문제가 없는 점으로 볼 때 인공호흡기에 의존하지 않는 식물인간 상태의 환자와 비슷한 상황으로 보여진다"면서 "이런 정도라면 몸이 이미 자발호흡에 적응해 생명력이 높아졌다고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병원 관계자도 "할머니가 인공호흡기를 떼고 난 뒤 초기에는 악화와 회복을 반복했지만, 이제는 상당히 안정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면서 "갑작스럽게 기도가 막히는 등의 문제만 발생하지 않는다면 이 상태가 장기화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길원 기자 bi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