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과학기술부가 사교육비 경감대책과 관련해 수능 과목 축소만 결정하고 내신 절대평가 등은 장기 과제로 돌린 것과 관련,정두언 한나라당 의원은 1일 "당 · 정 · 청 협의가 완전히 끝난 게 아니라 익혀가는 단계"라며 "당에서 TF팀을 만들어 책임지고 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최구식 한나라당 제6정조위원장도 "교과부 발표는 당 · 정 간에 협의된 것이 아닌데 잘못 발표됐다"며 교과부와 대립각을 세웠다. 이는 한나라당이 '곽승준-정두언 안'을 계속 추진하겠다는 의미여서 교과부와 한나라당을 중심으로 한 교육개혁 세력 간 주도권 다툼이 '2라운드'에 접어들 전망이다.

◆교과부 "지금 기조대로"

교과부는 지난달 3일 발표한 사교육비 경감대책을 크게 바꾸지 않고 그대로 추진한다는 입장이다. 이명박 대통령이 지난달 30일 교과부로부터 사교육비 경감대책에 관한 업무보고를 받는 자리에서 "교과부가 중심이 되어 휘둘리지 말고 정책을 집행하라"고 한 만큼 주무 부처인 교과부에 힘이 실렸다고 해석하고 있다.

교과부 고위 관계자는 "대통령 말씀은 곧 학교 교육 정상화를 통해 '본질'인 공교육을 강화해야 한다는 것"이라며 "교과부가 작년부터 하고 있는 학교 자율화 · 고교 다양화 300프로젝트 · 대학 자율화 등의 교육정책을 지속하면 된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대통령이 다소 느리더라도 본질을 강화하는 교과부의 '속도'를 존중해 줬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 그는 "(곽승준 · 정두언 안은) 교육의 본질을 건드리지 못하고 있다"며 "학원 영업시간 규제 등은 모두 비본질적인 처방들일 뿐"이라고도 했다.

교과부는 아울러 한나라당 여의도연구소에서 지난달 26일 제시한 내신 절대평가제 전환,대입에서 고교 1~2학년 내신 반영 비율 축소 등은 민감한 문제이므로 중장기적으로 검토하기로 했다. 교과부의 다른 관계자는 "사실상 포기한다는 뜻이나 마찬가지"라고 전했다.

◆정두언 의원 측 "당에서 주도할 것"

한나라당 내 교육개혁 세력의 입장은 정반대다. 당 · 정 · 청 협의를 통해 결국 특목고 · 대학입시 개선안이 받아들여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정 의원은 이날 기자와 만나 "특목고와 대학 입시를 바꾸는 게 하루아침에 되는 일은 아니다"라며 "교과부에서 (한나라당 등의) 의견을 수렴해서 당 · 정 · 청 협의를 통해 발표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시장에 혼선을 주는 것은 (교과부가) 당 · 정 · 청 협의가 다 끝났다고 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정 의원 측은 민심 이반이 심각한 상황에서 낮은 지지도를 만회하기 위해서는 사교육비 해결이 시급하다고 보고 계속 밀어붙인다는 입장이다. 최 위원장도 기자와의 통화에서 "30일 발표한 내용은 교과부 방안일 뿐 당 · 정 간에 협의된 내용은 아니다"라고 비판하며 "이주호 차관을 만나 이런 입장을 전달했다"고 전했다.

교육개혁안을 놓고 벌어지는 양측의 갈등은 안병만 교과부 장관에 대한 경질 논란으로 비화하고 있다. 한나라당 관계자는 "대통령이 강도 높은 대책을 주문했는데 장관이 책임지고 이끌 생각을 않는다"며 "시시콜콜하게 과목 수 줄여라,심야교습 제한해라 하고 일일이 지시할 순 없는 것 아니냐"고 했다. 그러나 교과부 관계자는 "안 장관에 대한 대통령 신임은 정 의원이나 곽승준 미래기획위원장 못지않다"고 일축했다.

이상은/이준혁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