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랜드 홈에버' 사태 후 `불씨' 조기 제거

대랑 실직 사태를 야기할 수 있는 비정규직보호법의 개정이 사회적인 쟁점으로 떠오른 가운데 `마트 계산원'으로 대표되는 비정규직의 고용안정 문제로 한때 홍역을 치렀던 유통업계가 이 문제를 일찌감치 해결해 주목받고 있다.

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신세계, 홈플러스, 롯데쇼핑 등 주요 유통업체들은 비정규직을 이미 정규직으로 전환했거나, 2년 근속 시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는 방식 등으로 비정규직 문제를 해결한 상태다.

이처럼 유통업계가 한발 빠르게 비정규직 문제의 소용돌이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것은 2007년 불거졌던 이랜드 홈에버(현 홈플러스 테스코) 사태의 영향이 컸다.

2007년 6월 `홈에버'를 운영하던 이랜드는 직무급제를 도입해 근무 기간이 2년 이상인 비정규직 일부를 정규직으로 바꿔주겠다고 나섰다.

그러나 노조 측은 이랜드가 비정규직법 시행을 앞두고 홈에버와 뉴코아 등 유통 점포에서 비정규직 900여명을 해고했다고 주장하면서 매장 점거 농성을 벌이는 등 사측을 상대로 한 싸움에 돌입했다.

이랜드는 결국 장기 영업 중단에 따른 경영상태가 악화된 홈에버를 홈플러스를 운영하는 삼성테스코에 매각하고 대형마트 사업에서 손을 뗐다.

이를 지켜본 다른 업체들은 비정규직법 시행 이후 자발적으로 계산원 등 비정규직 파트타이머(시간제 근로자)를 무기계약직이나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방식으로 갈등의 불씨를 일찌감치 잠재웠다.

특히 신세계는 2007년 8월부터 이마트와 백화점에서 일하는 계산원 등 5천여명의 비정규직 파트타이머 전원을 정규직으로 전환했다.

신세계는 이 같은 조치의 배경에 대해 "법적인 문제를 떠나 윤리경영과 사원만족 경영이라는 가치를 중심에 두고 파트타이머의 처우를 개선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이마트와 백화점에서 일하는 계산원들은 이전까지 시급제로 받던 급여를 연봉제로 받고 있으며, 이전까지 직원 본인에게만 적용되던 의료비 지원을 배우자, 미혼자녀 등 직계가족까지 받고 휴가, 학자금 지원 등에서도 정규직과 같은 대우를 누리고 있다.

신세계는 이에 따라 연간 150억원 정도의 비용을 추가로 부담하게 됐지만, 직원들의 고용이 안정되고 소속감이 높아지면서 서비스나 업무 효율 등은 개선됐다고 평가하고 있다.

홈플러스는 2007년 7월부터 2년 근속 시 중대한 결격사유가 없을 경우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는 제도를 통해 4천여명의 비정규직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했으며, 승진을 제외하고는 모든 면에서 정규직과 동일한 대우를 하고 있다.

또 이랜드로부터 인수한 홈에버(현 홈플러스 테스코) 직원들에 대해서는 근속 1년6개월이 넘으면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해 주고 있다.

고용안정 측면에서 손꼽히는 기업으로 평가받는 롯데그룹도 롯데마트나 백화점 운영과 관련해 별다른 노사문제를 겪지 않고 있다.

롯데마트는 2007년 7월부터 파트타이머 직원 2천750여명을 고용이 보장되는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해 정규직과 동일한 수준의 복리후생 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롯데백화점 역시 1천여명의 파트타이머 직원들을 무기계약직으로 고용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임미나 기자 mina@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