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교육비 절감..학습부담 경감 효과 기대
국.영.수 사교육 팽창 `풍선효과' 예상도


사교육 경감 대책과 관련해 교육과학기술부가 30일 초ㆍ중ㆍ고교 이수 교과목 및 수능 응시과목 축소라는 카드를 내놨다.

현재 초ㆍ중ㆍ고교의 교과군을 축소하는 방향으로 미래형 교육과정 개편안을 만들고 있고, 이 개편안에 맞춰 수능 응시과목 축소를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공교육 강화를 통한 사교육비 절감'이라는 교과부의 기본 방침을 유지하면서 과도하다고 지적받는 학생들의 학습 부담까지 덜어주는, 한마디로 두 마리 토끼를 한 번에 잡을 수 있을 것이라는 게 교과부의 기대다.

그러나 과연 예상만큼 효과가 나타날지는 미지수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 과목수 축소 배경은 = 교과부는 이날 청와대 보고를 마친 뒤 브리핑을 통해 2011년부터 초ㆍ중ㆍ고교 교과군을 지금보다 축소하고 현재 중학교 2학년생들이 응시하는 2014학년도부터는 수능 응시과목수도 2과목 줄이는 방안을 추진하겠다고 설명했다.

교과부는 지난해 12월 발표한 수능 체제 개편안을 통해 2012학년도부터 수능 응시과목을 1과목 줄이겠다고 밝힌 바 있어 2014학년도부터는 1과목을 추가로 더 줄이면 된다는 것이다.

최근 사교육비 절감 문제가 화두로 등장하면서 정치권 등에서도 이런저런 대책이 쏟아져 나오는 가운데 교과부는 `교과군 및 수능 응시과목 축소'라는 결론을 내린 셈이다.

수능 응시과목 축소는 이명박 정부가 출범하기 전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부터 추진했던 방안이었다.

인수위의 당초 계획은 학습부담 경감, 사교육비 절감을 위해 수능 응시과목을 2012학년도부터 최대 3과목, 2013학년도부터는 최대 4과목 줄이겠다는 것이었다.

이후 이 방안이 실무 부처인 교과부로 넘어와 정책화되는 과정에서 1과목만 줄이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

하지만 대통령 직속 미래기획위원회 등에서 수능 응시과목을 더 줄여야 한다는 주장이 끊이지 않았고, 최근 사교육 대책 논란이 다시 부상하면서 결국 이런 주장에 힘이 실린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인수위 때와 비교해 지금은 교육과정 개편을 전제로 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고 교과부는 강조했다.

대통령 자문기구인 국가교육과학기술자문회의가 시안을 마련 중인 미래형 교육과정 개편안은 초ㆍ중ㆍ고교의 교과군을 축소하겠다는 게 핵심인 만큼 당연히 수능 응시과목수도 줄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 효과 있을까 = 교과부는 미래형 교육과정 개편안에 따라 초ㆍ중학교의 교과군을 현재 10개에서 7개로 축소하고 고교 역시 선택과목수를 줄이는 방안을 추진할 계획이다.

초ㆍ중학교의 경우 국어, 도덕, 사회, 수학, 과학, 실과, 체육, 음악, 미술, 외국어(영어) 등 10개로 돼 있는 교과군 가운데 도덕ㆍ사회 또는 과학ㆍ실과, 음악ㆍ미술 등 일부 교과를 하나로 합쳐 7개로 만들겠다는 것.
특히 주당 1~2시간씩 배정된 음악, 미술 등은 매학년, 매학기 듣지 않고 특정 학기나 학년에 몰아서 이수하게 하는 `집중이수제'도 도입할 방침이다.

교과부는 이렇게 되면 학생들이 한 학기에 배워야 할 과목수가 줄어 사교육 절감 및 학습 부담 경감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예상만큼의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전망도 나온다.

교과군을 줄인다고 해서 과목 자체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어서 학생들이 배우는 분량은 같다는 것이다.

오히려 교과군이 국ㆍ영ㆍ수 등 주요 과목 위주로 재편성돼 이들 분야의 사교육이 팽창하는 `풍선효과'가 나타날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고교 선택과목군이 어떻게 조정될지 모르는 상황이고, 수능 응시과목 축소 역시 구체적인 안이 제시되지 않은 상황에서 이들 정책을 학습부담 및 사교육 경감으로 바로 연결짓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수능 출제 및 연구기관인 한국교육과정평가원도 지난해 인수위의 수능 과목 축소안을 검토하면서 그에 따른 사교육 및 학습부담 경감 효과가 그리 크게 나타나지는 않을 것이란 입장을 이미 밝힌 바 있다.

이밖에 수능시험에서 제외되는 과목의 교육과정 운영 파행과 해당 과목 교사들의 반발 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어 교과부가 이런 우려를 불식시킬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할지 학생.학부모.교사 등 각 교육주체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이윤영 기자 y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