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해법 도출이 무산된 30일 여야는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했다. 국회는 비정규직의 '눈물'을 외면했고 정치권은 다시 멱살잡이의 '전쟁터'로 되돌아갔다.

한나라당은 "지난 9번의 연석회의 동안 한나라당이 네 차례 양보했으므로 민주당이 책임을 져야 한다"며 야당에 협상 결렬 책임을 떠넘겼다. 한나라당 환경노동위원들은 등원 요구에 응하지 않는 민주당을 압박하며 여러 차례 환노위 소집을 압박했다. 하지만 오후 늦게 '합의안이 만들어지면 열겠다'며 자신들이 속개를 요구했던 전체회의에서 빠져나가는 등 '생색내기 행보'를 보였다.

민주당은 "해고 대란설은 과장됐다"며 비정규직법 개정은 기업주 입장만을 본 것이라는 한 달 전 주장으로 돌아갔다. 천정배 의원은 "2년의 기간을 선정한 것은 비정규직을 남용하지 못하도록 안전판을 둔 것인데 이를 헐어버리면 이제 모든 노동자가 비정규직이 되고 말 것"이라며 "우리는 어떤 일이 있더라도 비정규직법만은 고수해야 한다"고 했다.

민주당도 대안 없는 반대만 했다는 비난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됐다. 민주당이 비정규직 문제를 협상하면서 정규직 노동자 위주의 양대 노총과 어정쩡하게 발을 맞추다가 정작 자신들이 협상과정에서 어렵사리 확보한 1조원의 정규직 전환 지원금도 허공에 날리게 될 위기에 처한 것이다. '결사항전'의 명분은 양대 노총이 챙기고 해고 대란의 책임만 민주당에 돌아오는 최악의 수를 뒀다는 지적이 더 많다.

한나라당은 당분간 '2년 유예'라는 당론을 유지할 전망이다. 하지만 이미 시기를 놓친 이상 법 개정 작업이 갈수록 난해해진다는 게 문제다. 유예안을 뒤늦게 처리해도 7월1일부터 그때까지 생겨난 비정규직 실업자들을 구제할 수 없다. 환노위 관계자는 "이들을 위해 법 조항을 소급 적용하거나 별도의 보상대책을 세우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민주당은 아예'더 이상 유예는 없다'며 협상을 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한나라당이 6월 국회에서 유예안을 단독 처리할 경우 실력행사라도 불사하겠다는 방침이다.

차기현/김유미 기자 khch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