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에서 비정규직 보호법 개정안 처리가 무산돼 1일부터 곧바로 현행 법률이 적용됨에 따라 당장 사용기간 2년을 넘기게 되는 71만명 이상(정부 추산)의 비정규직 근로자가 계약 해지(해고)와 정규직 전환의 갈림길에 내몰리게 됐다. 국회논의가 지속되고 있지만 현행 비정규직법이 1일부터 효력을 발휘하기 때문이다.

사용기간 2년 초과 기간제 근로자(계약직) 숫자는 연간 71만4000명에 달하는 것으로 노동부는 추산하고 있다. 엄현택 국회 환노위 수석전문위원은 7월 한 달에만 9만여명의 기간제 근로자가 해고될 것으로,민주당은 연간 20만명이 실직 위기에 놓일 것으로 보고 있다. 또 한국노동연구소는 7월 이후 근속기간 2년 초과 기간제 근로자가 40만명 안팎에 달할 것으로 보고 매달 4만1000명이 실직 위기에 놓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여야와 관련기관마다 추정치가 다른 가운데 노동부는 향후 1년간 71만4000명이 해고의 벼랑 끝에 몰릴 것으로 주장하고 있는 것이다.

이 중 일부는 정규직 또는 아웃소싱으로 전환되는 경우도 있겠지만,최근의 경제 상황을 감안할 때 해고통보를 받는 비정규직이 훨씬 많을 것이라는 게 산업계의 예상이다. 실직대란이 현실화하고 있는 셈이다.

그나마 대기업들은 비정규직 보호법이 시행된 이후 비정규직을 아웃소싱으로 돌리거나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등 나름의 준비를 해와 큰 혼란을 겪지 않고 있다. 300인 이상 대기업에는 2008년 8월 현재 전체 비정규직의 9.2% 수준인 30만1000명이 고용돼 있고 이 중 2년 초과 근로자는 10만명도 안 된다. 그만큼 충격이 크지 않다는 얘기다.

문제는 전체 계약직 근로자 328만명(2008년 8월 현재) 중 90.8%(297만9000명)를 고용하고 있는 300인 미만 중소기업들이다. 비정규직법 적용 대상이 아닌 5인 미만 사업장 계약직 65만3000명을 빼더라도 232만6000명이 중소기업에 몰려 있다. 이 중 202만7000명은 100인 미만 중소기업에 근무하고 있다. 여야가 국회에서 비정규직법 개정을 늦추면 늦출수록 중소기업에 종사하는 비정규직들은 해고 불안을 떨쳐버릴 수 없는 상황이다.

더욱이 현행 비정규직법의 적용으로 기업이 계약직을 해고할 경우 법이 개정되더라도 이들을 구제하기가 어렵다는 게 법조계의 전망이다. 헌법이 '법률 불소급 원칙'을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별법 형태로 근로자들을 구제하는 법률을 제정하더라도 위헌소송 가능성이 높다.

윤기설 노동전문기자 upyk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