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률시장 개방과 관련해 덩치 키우기보다는 전문성 갖추기가 더 훌륭한 승부수입니다. "

세계적 조세 분야 전문 로펌인 미국의 캐플린&드라이스데일(Caplin&Drysdale)의 한국계 변호사 루시 리(33)는 29일 "법률 시장 개방을 앞두고 한국 로펌들이 인수 · 합병(M&A)을 통한 덩치 키우기를 중시하는 것 같다"며 이처럼 말했다. 리 변호사는 국내 로펌인 율촌에서의 교환 근무를 위해 한 달간 일정으로 지난 5월 말 한국을 찾았다.

리 변호사가 일하고 있는 캐플린&드라이스데일은 변호사가 70여명에 불과하지만 조세 분야에서는 세계 최고 수준의 권위를 자랑한다. 우리나라 국세청에 해당하는 IRS(Internal Revenue Service) 출신 변호사 등이 전문성을 앞세워 굵직굵직한 조세 관련 자문과 소송을 진행한다.

리 변호사는 "캐플린&드라이스데일에도 여러 차례 합병 제의가 들어왔지만 경영진이 모두 거절했다"며 "덩치가 커지면 조직관리 비용만 늘어날 뿐 전문성은 강화되지 않는다는 게 경영진의 생각"이라고 전했다.

리 변호사는 한 · 미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돼 단계적으로 미국 로펌의 한국사무소 개설이 허용되고 한 · 미 합작 로펌 설립이 가능해지더라도 국제 조세 전문 미국 로펌의 한국 시장 진출은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리 변호사는 "조세 분야는 국가에 따라 법이 다르고 복잡해 국내 변호사가 가장 전문적일 수밖에 없다"며 "이 분야에서는 미국 로펌이 한국에 지사를 내는 것보다는 성격이 맞는 로펌과 파트너십을 맺고 협력하는 게 효율적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서보미 기자 bm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