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일반 국민으로 구성된 배심단으로부터 기소 여부를 승인받는 '수사배심제'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검찰 수사의 민주성과 신뢰도를 높인다는 취지에 따른 것이지만,수사배심제로 진행되는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권 강화도 함께 논의되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배심 11명 중 8명 이상 찬성으로 기소

28일 검찰에 따르면 총장 직속 자문기구인 대검찰청 미래기획단은 지난해부터 수사배심제 도입에 대한 검토작업을 진행해 최근 '수사절차상 국민참여제도 도입방안 연구'를 발표했다. 기획단은 연구에서 검찰 수사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높이고 이를 통해 검찰권을 보다 강화하기 위해 수사배심제 도입이 필요하다고 결론내렸다. 수사배심제는 미국의 대배심(grand jury)을 모델로 한 제도다. 미국에서는 검사가 중요한 범죄를 저지른 혐의를 받는 피의자에 대한 기소장을 일반 국민으로 구성된 배심원에 제출해 기소의 타당성을 검토받는다.

기획단은 이번 연구에서 지방법원 및 지원 소재지에 1개씩 수사배심단을 설치할 것을 제안했다. 수사배심단은 관할구역 내 선거인 명부에서 무작위 추첨으로 선정한 11명으로 구성된다. 배심원의 임기는 6개월이며 3개월마다 절반이 교체된다.

수사배심단은 검사가 공소제기안을 제출하면 심사를 개시한다. 배심단은 검사가 제출한 기록과 진술을 토대로 검사의 사실인정 및 법률판단에 잘못이 없는지를 검토하며 △필요하면 검사에게 수사 자료 및 의견 제출을 요구하고 △관공서 등에 대한 사실조회 △증인 및 피의자의 신문 △현장조사 및 증거물 수집 등을 할 수 있다. 심사 결과 검사의 공소제기안이 타당하다고 8인 이상이 찬성해야 기소가 승인된다. 8인 미만 찬성이면 검사는 새로 증거를 보강해 재심사를 거쳐 승인을 받아야 하며 그렇지 못할 경우 공소를 제기할 수 없다.

◆참고인 강제소환하고 거짓 진술도 처벌


수사배심단은 민주성을 명목으로 기존 검찰이 갖지 못한 강화된 권한을 갖게 된다. 우선 기소 승인을 위해 참고인을 강제로 소환할 수 있다. 현행 법률에 따르면 참고인이 출석을 거부해도 강제로 데려올 방법이 없다. 수사배심단은 그러나 참고인이 소환을 거부하면 법원으로부터 영장을 발부 받아 신병을 확보할 수 있다. 또 참고인이나 피의자가 거짓으로 진술하면 사법방해죄로 처벌할 수도 있다. 현행 법으로는 법정이 아닌 수사기관에서의 위증은 처벌 대상이 아니다. 참고인 진술은 검찰 수사에서 주요 참고자료로 쓰이기 때문에 배심단의 참고인 강제소환은 사실상 검찰 수사권 강화로 이어질 전망이다.

미래기획단은 인권 침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참고인 진술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뇌물,횡령,배임 등 화이트칼라 범죄에 대해서만 수사배심제를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대상 범죄가 제한적인 만큼 수사배심제 도입은 기존 형사소송법 개정이 아닌 특별법 제정으로 추진해야 한다는 것이 미래기획단이 내린 결론이다.

기획단 관계자는 "수사배심제가 검찰 수사권 강화를 위한 전략이라는 비판이 있을 수 있지만 화이트칼라 범죄가 갈수록 지능화해 수사권 강화는 필요하다"며 "검찰 내부 논의를 거쳐 수사배심제 도입 여부나 시기가 결정될 것"이라고 말했다.

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