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법 개정을 둘러싼 여야간 힘겨루기가 최후 시점으로 치닫고 있다.

비정규직 개정을 위한 본회의 소집을 하루 앞둔 28일 여야는 한국노총과 민주노총이 참여하는 `5인 연석회의' 7차회의를 열어 막판 접점 찾기에 나선다.

하지만 법 시행 유예에 대한 여야, 노동계의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 전격 타결 가능성은 미지수다.

한나라당과 민주당이 각각 `2년 유예안'과 `6개월 유예안'으로 맞서고 있는 상황에서 `선진과 창조모임'은 `1년반 유예안'이라는 절충점을, 노동계는 `유예 불가' 입장을 각각 내놓은 것.
또한 법 개정의 첫 관문인 국회 환경노동위 심의와 관련, 민주당 소속의 추미애 환노위원장이 법안 상정의 전제조건으로 5인 연석회의에서의 합의를 내걸고 있어 복잡한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비정규직법 합의가 불발, 한나라당이 단독 처리를 강행할 경우 국회는 걷잡을 수 없는 파국으로 향할 전망이다.

◇한나라당 = 법 시행의 2년 유예, 내년도 예산에 정규직 전환지원금으로 1조원 편성 등을 제시해놓은 상태다.

당초 3년 유예 및 전환지원금 5천억원 입장에서 대폭 양보한 것이다.

따라서 더이상 물러설 수 없는 `배수의 진' 성격이 짙다.

환노위 한나라당측 간사인 조원진 의원은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우리는 끝까지 2년 유예안을 고수할 것"이라며 "내줄 수 있는 것을 모두 내준 만큼 민주당이 입장을 바꿔줬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날 합의가 불발될 경우 29일 본회의를 통한 비정규직법 개정이 사실상 어렵다는 점에서 한걸음 더 물러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여야간 미합의시 국회의장의 직권상정이 필요한데, 김형오 국회의장이 직권상정에 나설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동시에 내달 1일부터 대량해고 사태가 우려된다는 점에서 비정규직법 개정이 절박하지만, 국회 파국을 비롯해 `단독 처리'에 따른 정치적 부담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한 핵심 관계자는 "여야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법안의 단독처리는 거의 불가능하다"며 "오늘 오후 5인 연석회의 결과를 지켜보자"고 말했다.

만약 비정규직법이 이달말까지 처리되지 않고 내달로 넘겨지면 최대 쟁점인 미 디업법 처리 문제와 맞물릴 전망이다.

이 경우 비정규직법과 미디어법을 분리해서 처리한다는 기존 방침이 바뀔 수도 있다.

이와 함께 한나라당은 29일부터 상임위를 개최, 법안심의에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한나라당은 법제사법위, 정무위, 기획재정위, 외교통상위 등 10여개 상임위 소집을 요구해 놓은 상태다.

◇민주당 = 이날 오후 예정된 5인 연석회의 담판 상황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29∼30일 본회의를 앞두고 전열을 재정비했다.

여야, 노동계간 입장차로 협상이 끝내 결렬될 경우 한나라당이 비정규직법과 함께 6월 임시국회의 최대 뇌관인 미디어법의 강행처리 수순을 밟아갈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이미 소속 의원과 보좌진에게 비상대기령을 내린 상태. 비정규직법 협상이 무산될 경우 29일 본회의를 앞두고 강경파 의원들이 6일째 이어가고 있는 국회 본회의장 앞 중앙홀 점거농성에 당 차원에서 합류할 가능성도 적지 않아 보인다.

여야간 합의가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한나라당이 강행처리를 시도할 경우 실력저지도 불사한다는 방침이다. 29일부터 시작되는 한나라당의 전 상임위 소집 요구도 보이콧 하기로 했다.

민주당은 일단 5인 연석회의 타결에 올인한다는 계획이다. 비정규직법이 합의처리된다면 한나라당의 미디어법 일방처리 명분은 더욱 약화될 것이라는 게 민주당의 논리다.

민주당은 비정규직법과 관련, 공식적으로 `6개월 이상' 유예는 어렵다는 주장이나 내부적으로는 유예기간을 1년 정도로 늘리는 방안까지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국회 환노위 간사인 김재윤 의원은 "한나라당의 2년 유예안은 절대 받아들일 수 없다"면서도 "마지막까지 합의점 마련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김유정 대변인은 국회 브리핑에서 "한나라당은 의회주의를 파괴하는 직권상정 만능주의에서 빨리 깨어나야 한다"며 "온갖 거짓으로 포장된 언론악법을 즉각 포기하라"고 거듭 압박했다.

(서울연합뉴스) 송수경 김범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