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욕적 언사에 격분, 흉기살인

외삼촌을 흉기로 살해하고 시신을 훼손해 암매장하려다 경찰에 붙잡힌 30대 살인용의자는 외삼촌이 자신을 향해 내뱉은 모욕적인 말에 격분해 우발적으로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밝혀졌다.

하지만, 용의자는 숨진 외삼촌의 시신을 이틀간이나 집에 방치한 채 쇠톱 등을 구입해 훼손하고 시신을 렌터카에 싣고 버리려 하는 등 사건을 은폐하려는 용의주도함과 대담함을 보이기도 했다.

별다른 직업 없이 일용노동자 생활을 해온 이모(30) 씨는 사건 당일인 지난 24일 오전 3시께 부산 연제구 모 아파트에서 후배와 함께 술에 취해 자고 있다가 때마침 집에 들어온 외삼촌 김모(50) 씨가 후배를 발로 차고 자신에게 "취직은 안 하느냐, XXX같은 너는 이 사회에 필요없는 사람"이라는 등 모욕에 가까운 말을 하자 이에 격분해 주방에 있던 흉기로 김씨를 찔러 숨지게 했다.

외삼촌 김 씨와 함께 단둘이 아파트에서 생활해온 이 씨는 평소 외삼촌과 특별히 사이가 안 좋은 것은 아니었지만 이날 술 취한 외삼촌의 모욕적인 말에 우발적으로 살인을 저질렀다고 경찰에서 진술했다.

이 씨는 숨진 외삼촌을 이불로 덮어둔 채 이날 오전 7시께 "어머니가 오신다"며 자고 있던 후배를 깨워 돌려보내고 인근 피시방과 찜질방에서 시간을 보내고 외삼촌에게 연락되지 않아 걱정하던 어머니에게도 자신의 범행을 숨기는 태연함을 보이기도 했다.

범행 하루 뒤인 25일 이 씨는 본격적인 시신 은폐작업에 들어갔다.

그는 숨진 외삼촌 점퍼에 있던 지갑에서 현금 31만원을 꺼내 인근 철물점에서 쇠톱과 삽, 시멘트와 모래, 포대 등을 샀고 이 도구 등으로 이날 밤 5시간여에 걸쳐 외삼촌의 시신을 분리했다.

이어 다음날인 26일 오전 5시부터 2시간여에 걸쳐 외삼촌의 시신이 담긴 박스와 포대 등을 전날 해운대구 모 렌트업체로부터 빌린 렌트카에 옮겨 싣는 등 시신 유기를 위한 마무리 작업을 마쳤다.

이후 잠을 자는 등 휴식을 취한 이 씨는 26일 정오께부터 부산 해운대와 송정 등지를 돌며 시신을 버릴 장소를 물색했고 27일 오전 2시45분께는 부산 을숙도 모 회센터 앞바다에 시신 일부를 버렸다.

하지만, 이 씨의 이 같은 시신 은폐 행각은 부산 강서구 방향으로 향하다 사하구 하굿둑 다리 입구에서 실시된 경찰의 음주단속에 걸리면서 꼬리가 잡혔다.

차 안에서 썩는 냄새가 진동한 것을 수상히 여긴 경찰의 검문에 결국 트렁크와 차 안에 남아 있던 일부 시신이 발견됐고 이 씨는 범행 일체를 자백했다.

경찰 관계자는 "범행 당시 자고 있던 이 씨의 후배는 이 씨의 살인사실을 몰랐던 것으로 보인다"며 "현재로선 이 씨의 단독범행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고 말했다.

부산 사하경찰서는 27일 살인 및 사체유기 등의 혐의로 이 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할 예정이다.

(부산연합뉴스) 김선호 기자 wink@yna.co.kr